“검찰 실무에서 음주 측정기를 보자마자 도망가서 소주 마시는 사람 여럿 봤다. 실무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처벌 필요성 느낄 것.”(최창호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사고 후 놀란 마음에 맥주 마셨을 수도 있다. 사고 후에 술 마시지 말라고 법이 명령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 가혹하다.”(유왕현 법무법인 새서울 변호사)
가수 김호중씨 음주 뺑소니 논란 여파로 힘이 실린 ‘사고 후 음주’ 처벌 조항(김호중 방지법)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처벌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후 음주측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양형과 유무죄 여부에도 영향을 미쳐 처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반면 기존 처벌 규정이 없지 않은데 ‘사고 후 음주’를 사실상 음주운전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처벌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의도적인 추가 음주 행위는 음주 측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사고 후 고의 음주’에 대해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대검이 건의한 규정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음주측정 거부죄와 동일한 형량이다.
김씨가 사고 후 캔맥주 4개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자 ‘사고 후에 마신 알코올이 남은 것’이라며 음주 운전 혐의를 부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음주운전 처벌 회피 꼼수에 대한 공분이 일자 대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사고 후 음주’는 운전 시점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알 수 없게 해 혐의를 피하거나 형량을 낮추려는 대표적인 꼼수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 역시 이날 “편법을 활용하는 음주운전자들로 인해 같은 양의 술을 마셨어도 처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지지 의견을 보탰다.
다만 같은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존 처벌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김씨에게도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외에도 도로교통법상 물피 도주, 사고 후 미조치 등이 있다. 처벌 규정 신설보다는 양형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유왕현 변호사는 “입법 공백이 없는데 또 처벌 규정을 만드는 건 여론 보여주기식”이라며 “경찰에서 사고 전에 술을 마셨는지 수사를 해야지 사고 후에 마셨다고 해서 그전에 음주운전을 했다고 추정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지연 변호사(새변 대변인)는 “도주한 걸 규정하는 거지, 사후 음주를 규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준해서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사후 음주를 해버리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기 쉽지 않아 추정치로 하게 된다. 명백한 증거가 아니라 재판부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쉽지 않다”며 음주 측정이 음주운전 혐의 유무죄와 형량에서 결정적인 증거인 만큼 꼼수를 강력히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최창호 변호사도 “김씨가 대검 차장에 총장 대행 출신인 조남관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구속영장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 판사와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며 양형 반영 주장에 반박했다. 또 “실무를 해본 사람으로서 음주 측정을 피하려고 또 술을 먹어서 (음주측정) 호흡기 안 불면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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