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사실상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포기한 채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법원 판결 후 의료계 공세가 사실상 동력을 잃은 분위기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다른 의료개혁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다수 전공의가 사실상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포기한 채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 전공의 중 출근자는 사흘 전보다 31명 증가한 659명이었다.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 중 5.1%에 불과하다.
20일은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지 3개월째 되는 날이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3개월 넘게 수련병원을 이탈해선 안 된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 의료·의료개혁 정책에 불참함으로써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저녁 긴급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전의교협은 “지난 16일 서울고법 결정문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엔 과학적 근거가 없고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응급의학과 사직전공의들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전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편지와 의사 54명이 작성한 수기집을 전달하면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으로 이어지는 정부 정책을 보면서 전공의 삶으로 돌아갈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계 공세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고법이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행정소송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공표해야 한다. 행정소송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더라도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되돌리긴 어렵다.
정부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국가시험 연기 가능성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의료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각종 전문위원회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16일과 17일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와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 첫 회의를 각각 연 데 이어 23일엔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 1차 회의를 진행했다. 24일에는 의료인력 전문위가 회의를 시작한다.
조 장관은 “의료특위를 통해 오랜 기간 왜곡돼 있던 수가체계를 바로잡고,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해 의료 공급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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