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지난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올해는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일컫는 신조어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시작된 원격근무 시대 초창기에 인기를 끌다가 지난해 젊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근로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조용한 사직’처럼 직장에서 정열을 불태우지 않는 또 다른 근무 방식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바로 고용주나 상사에게 알리지 않거나 공식적으로 유급 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몰래 휴가를 가는 것이다.
이를 ‘조용한 휴가’라고 하는데, 직장에서 열정이 없는 또는 게으른 것으로 보이기는 싫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상사 모르게 휴가
미국의 경제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인용한 해리스 여론조사소가 4월 말 미국인 직장인 1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로운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근로자 10명 중 4명 가까이는 상사나 고용주에게 알리지 않고 휴가를 써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Z세대와 X세대 중 불과 24%만이 그렇게 해봤다고 답한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하고,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같은 조사에서 모든 미국 근로자 10명 중 8명에 달하는 78%는 유급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비율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높았다.
혹시 윗사람에게 열심히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으로 비치는게 싫고, 데드라인을 지키면서 생산적으로 일하는 인재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유급 휴가를 제대로 못 쓰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는 실제로는 일하지 않고 있는데도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메시징 앱에서 자신의 상태를 활성 상태로 유지해 놓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밀레니얼 세대 38%가 그런 적이 있다고 대답해 Z세대의 30%보다 많았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37%는 야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평소 근무 시간 외에 메시지를 보내도록 예약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퇴근 시간에도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썼다는 뜻이다. Z세대에선 27%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열심히 일하는 척하기?
해리스 여론조사소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리비 로드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차선책을 택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정확히 말해서 ‘조용한 사직’이라기보다는 ‘조용한 휴가’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 강한 데는 세대 차이도 원인인 것으로 지목됐다.
로드니는 “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지 않는 고용주를 비판하는 데 더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밀레니얼 세대는 뒤에서 조용히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가 이처럼 고용주에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휴가를 간다는 건 직장에 유급 휴가를 장려하는 시스템이나 문화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다.
따라서 로드니는 “상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러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상사가 휴가 정책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급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직원이 휴가를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일정 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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