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6개월째 같은 수준으로 묶었다. 향후 물가 불확실성과 미국의 금리 정책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오전 9시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3.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11회 연속 동결이다.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흐름을 점검해 나간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도 변함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반등 가능성이 크다.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 이상 상승하면서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외에도 국제 유가와 환율 움직임 등의 파급 영향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중동 리스크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1분기 깜짝 성장도 물가 압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금통위는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어서 물가가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도 동결 결정 요인으로 꼽힌다.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둔화되는 등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것는 달리 연준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각)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모두 하락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를 더욱 커진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2.00%포인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리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 우려가 높아진다.
가계대출 역시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가계신용이 1년 만에 감소 전환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4월 가계대출은 한 달사이 5조1000억원 늘어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대출 연착륙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날 한국은행 금통위원 중 5명은 앞으로 3개월간 기준금리를 현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1명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위원은 물가 상승압력이 올라갔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물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어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지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에 비해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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