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보다 90여명이나 적은 투자 전문가들로 1000조원 넘는 돈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년 여름까지 운용역 모시기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1년 동안 채용을 총 4회 실시해 약 130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채용 목표치가 결원 수준을 웃도는 건 매년 발생하는 줄퇴사까지 고려한 것이다. 해외·대체투자 분야 운용역 확충에 특히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총 네 차례에 걸쳐 기금운용역 채용을 실시해 130명가량 뽑을 예정이다. 예년과 비교해 채용 목표 인원을 늘렸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130명에 대해 “확정적인 숫자는 아니고 현재 결원 수준과 기금 규모, 예산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잡은 수치”라며 “상황에 따라 채용 인원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76명이던 기금운용직 정원을 올해부터 426명으로 50명 늘렸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 이래 줄곧 공공기관 인력 감축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50명 증원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운용직 증원으로 이어졌다.
국민연금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기금운용직 현원은 338명으로, 정원(426명) 대비 88명 부족한 상태다. 기금운용본부 목표대로 130명을 모두 채용한다면 정원을 42명 초과하게 된다. 다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란 게 공단과 투자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간 목표치만큼 채용에 성공한 적이 없고, 수십명 규모의 기존 임직원 퇴사도 매년 반복되고 있어서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채용을 두 차례 진행해 32명을 뽑았다. 당초 채용하려던 인원은 52명이었으나 실제로는 목표 인원의 62%만 채용했다. 한 국민연금 운용역은 “분야에 따라 지원자 자체가 채용 인원보다 적은 경우도 있었고, 채용 목표치만큼 뽑았는데 합격자 측에서 입사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작년에도 총 87명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55명을 채용하는 데 그친 바 있다.
여기에 대규모 퇴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2월 전주 이전 이후 지금까지 어렵게 뽑은 투자 전문가들의 줄이탈로 애를 먹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퇴사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서 지방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에도 27명이 기금본부를 떠났고 이후로도 매년 20~30명이 전주를 떠나고 있다. 2018~2023년 연평균 기금운용직 퇴사자는 26.5명이다.
국민연금은 지리적 한계와 운용역 처우 수준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만큼 우수한 투자 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기금운용직 채용 과정 전반을 대행할 전문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가 추가 개소하는 만큼 해외투자 전문가 확충에 주력할 것”이라며 “기금 수익률 극대화의 첨병 역할을 할 대체투자 분야 운용역 영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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