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4개월째 같은 수준으로 묶었다. 향후 물가 불확실성과 미국의 금리 정책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오전 9시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11회 연속 동결이다.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흐름을 점검해 나간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금통위 결정엔 여전히 불안한 물가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반등 가능성이 크다.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 이상 상승하면서 2%대 물가 안착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앞서 지난 2일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추이, 농산물가격 강세 지속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중동 리스크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1분기 깜짝 성장으로 물가 압력도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도 동결 결정 요인으로 꼽힌다.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둔화되는 등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연준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돼야 연말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를 더욱 커진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2.00%포인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리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위험이 있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가계신용이 1년 만에 감소 전환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가계대출 연착륙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2.1%(2월)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와 같은 2.6%를 유지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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