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남 광주에서 브랜드 아파트 ‘아델리움’으로 유명한 한국건설은 광주 산수동 한 현장에서는 800억원에 가까운 분양보증 사고를 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자금난으로 분양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발생한 분양보증(준공 전 임대보증 포함) 사고는 총 11건, 4865억6000만원 규모다. 작년 1∼4월에는 단, 1건(657억4000만원)이 발생했는데, 1년 반에 사고금액이 7.4배 늘어난 것이다.
분양·임대보증 사고 11건 중 8건(3323억원)은 한국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곳이다.
입주자 모집 후 계약까지 마친 신축 아파트를 약속대로 짓지 못하게 된 ‘분양보증’ 사고는 올 들어 4월까지 6건(2485억원) 발생했다.
통일그룹 계열사 선원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경기 가평 ‘디엘본 가평설악’ 지역주택조합 사업도 분양보증 사고 처리 과정에 들어갔다. 선원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22위 회사다.
익산에서는 임대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된 주상복합주택 ‘유은센텀시티’를 조성하던 시행사 ‘더유은’이 지난 1월 보증사고를 냈다. 시공을 맡았던 거송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분양보증 사고는 2021년과 2022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하나 둘 터지고 있다.
지난해 분양·임대 보증사고는 모두 10건, 사고금액은 1조1210억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0년(2조1411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였다.
업계에서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잇따르고 있어 올해 연간 분양보증 사고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사기 보증금 지급으로 가뜩이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HUG의 손실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을 분양받는 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3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반드시 분양·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공사가 멈추면 계약자들은 HUG를 통해 대체 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계속하는 ‘분양이행’이나 그동안 낸 분양 대금을 돌려받고 집은 포기하는 ‘환급이행’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다만, 아파트가 이미 80% 이상 올라간 상태라면 HUG는 계약자들에게 따로 묻지 않고 분양이행을 진행한다. 반면 분양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환급이행이 결정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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