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올해 1분기 금융지주 계열 등 일부 저축은행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엿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저축은행업권을 둘러싼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분위기 반전 카드로 거론됐던 M&A(인수합병)마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인은 어디에…매물만 쌓여있는 저축은행 M&A 시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상인·한화·OSB·조은저축은행 등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별도의 자문사 없이 직접 원매자를 물색하고 몇몇 금융사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하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거래가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SBI저축은행의 한화저축은행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SBI저축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OSB·조은저축은행 역시 M&A와 관련된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인수가 성사될 뻔 했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이후 M&A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 나왔지만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을 끝으로 저축은행 M&A는 사실상 멈춘 상태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금융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적자가 계속된다면 M&A가 모두 무산되는 것은 물론 지난 2011년과 같은 저축은행 대규모 파산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고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등 올해는 작년보다 업권 침체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언급되고 있다.
게다가 1분기 ‘깜짝 흑자’는 작년 4분기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가시화되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사항보다 더 많이 쌓았던 충당금이 다시 환입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저축은행을 둘러싼 좋지 않았던 대내외적 환경이 개선된 것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난해와 비슷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자체적인 진단이다.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규제 완화를 위해 시장 내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일 대주주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저축은행도 소유할 수 있도록 추가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M&A를 추진 중인 상상인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등의 영업권의 모두 인천·경기 지역이다.
사모펀드 등 저축銀 인수 검토?
다만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M&A 성사에 다시 한번 희망을 갖는 모양새다.
해당 사모펀드 등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금융지주가 저축은행 M&A에 관심을 거두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M&A를 성사시킬 수 있는 주체는 결국 금융지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황이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악화된 데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사모펀드 등은 이 틈을 노려 저축은행을 싼 값에 사들인 후 향후 저축은행업황이 반등하면 제값을 받고 팔아 차익을 얻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지주가 저축은행 M&A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사모펀드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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