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인 마벨 테크놀로지(이하 마벨)는 베트남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에 발맞춰 베트남 내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2013년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한 마벨 베트남은 현재 직원을 약 400명 두고 있는 가운데 그중 97%가 엔지니어다. 시스템 아키텍처 개발(구조 개발) 단계를 제외한 칩 개발 단계에 모두 베트남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트남 엔지니어들이 전적으로 주도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마벨은 앞으로 베트남을 주요 반도체 설계 기지로 삼아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호찌민시 떤투언(Tan Thuan) 수출가공구역 내 마벨 베트남 사무실에서 열린 베트남 언론 간담회에서 베트남계 미국인이자 클라우드 옵틱스 사업부를 담당하는 러이 응우옌(Loi Nguyen) 마벨 부사장은 두 가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첫째는 한 달 여 전 마벨 베트남은 직원 50명과 함께 다낭에 새로운 반도체 설계 센터를 열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신호 기술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이 센터는 호찌민시에 있는 2개 센터에 이어 마벨이 베트남에 설립한 세 번째 설계 센터다.
둘째는 2023년 5월 문을 연 호찌민시 반도체 설계 센터를 더욱 확장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센터는 인력 충원은 물론 연구실도 증설해 베트남 엔지니어들의 모든 활동이 이곳에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러이 응우옌 부사장은 불과 8개월 만에 베트남에서 마벨 직원 수가 300명(2023년)에서 400여 명으로 33% 증가했을 때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이러한 진전은 작년 9월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공식 방문을 계기로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 하노이에서 열린 첫 번째 투자·혁신에 관한 베트남·미국 정상회담에서 맷 머피(Matt Murphy) 마벨 최고경영자(CEO)는 ‘3년 이내 베트남 마벨의 50% 성장 목표 초과 달성’을 약속했다.
마벨 베트남 총책임자인 레꽝담 박사는 “향후 3년 동안 인력 규모가 연간 약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머지않아 엔지니어 5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벨의 주요 제품은 자동차용 제어 및 연결 칩으로 현재 전 세계 20개 주요 자동차 기업 중 17개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또한 SSD와 같은 고속 저장 장치에 사용되는 저장 컨트롤러 칩 역시 마벨의 대표 제품이다. 이 칩을 사용하면 최고 속도로 저장 장치에 데이터를 교환, 저장, 쓰기, 읽기를 할 수 있는데 베트남 엔지니어들은 첨단 SSD 제어 칩 개발에 최대 50%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에 마벨은 베트남을 주요 거점 중 하나로 삼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포석이다. 마찬가지로 베트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AI 칩 선두 업체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가 가능한 것도 마벨의 성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 세계 AI 공급망 속에서 마벨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러이 응우옌 박사는 “AI 트렌드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 중 하나는 엔비디아”라며, 흥미로운 점은 마벨의 제품이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함께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엔비디아의 칩은 컴퓨팅 처리 아키텍처(시스템 전체 설계방식)를 갖춘 순수 칩이며, 고속 처리 후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하는데 이때 마벨의 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마벨은 광섬유 연결을 보장하는 최신 기술을 보유한 가운데 AI 애플리케이션의 효율성 향상 제품을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내부 프로세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마벨은 그 프로세서들을 하나로 연결한다. 이에 엔비디아와 마벨이 보완적 관계로서 함께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러이 응우옌 박사는 현재 마벨 베트남의 반도체 설계 센터가 미국, 인도, 싱가포르 마벨 센터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만간 베트남 센터가 미국과 인도에 이어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베트남이 마벨의 주요 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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