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큰증권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혁신금융서비스 인가와 투자계약증권 상품 준비를 동시에 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롤렉스 명품 시계를 국내 최초 현물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든 바이셀스탠다드다.
바이셀스탠다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산하 토큰증권협의회 초대 회장사로 금융위원회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고 토큰증권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명품 시계와 미술품 등 현물 조각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신범준 대표는 코로나19를 현물 상품 폭등 시기로 판단하고 2년 사이 미술품 등 22개 상품을 조각투자 시장에 내놓았다. 최대 5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은행과 ‘토큰증권 및 조각투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계좌관리 △제휴마케팅 △협의회 참여 △혁신금융서비스 △재무적 투자 등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관련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에는 위메프와 손잡고 국내 최초 ‘상생금융1호’ 상품 출시를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기관투자자 전유물이었던 선박금융 1호 상품 출시도 추진 중이다. 신 대표는 이미 나와 있는 상품 대신 ‘최초’ ‘신개념’ 발행과 함께 ‘멀티에셋’ 전략을 지향한다. 조각투자 상품의 다양화와 투자자들의 안전 투자를 위해서다.
그는 “우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조각투자 회사들이 다양한 기초자산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와 발전을 원한다” 고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강조했다.
-‘바이셀스탠다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잘 만들어진 것들을 수집하고 탐구하는 습관이 있었다. 나중에는 이렇게 순수하게 모은 수집품들이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거래되는 걸 경험했다. 사치재, 소비재라 볼 수 있는 ‘롤렉스’라는 시계도 잘 모아두면 우량한 금융상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명품, 미술품을 넘어 기관투자자, 자산가들만의 전유물 같았던 우량한 대체투자상품들이 피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고 조각투자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공모와 사모’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목표하게 됐고, 그래서 피스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
-첫 상품 ‘PIECE 롤렉스 집합 1호’가 화제였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물 투자는 환금성이 핵심인데 롤렉스의 환금성에 주목했다. 투자 상품으로 선정한 뒤 갖고 있던 롤렉스 시계를 롤렉스 포트폴리오 1호라는 상품으로 발행했다. 미술품, 부동산이 아닌 롤렉스에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 서비스를 내놓자 시장이 들썩였다. 미술품 역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내놓았는데 공개 27초 만에 조기 완판되며 1년 수익률 23%를 기록했다.”
-바이셀스탠다드가 추구하는 ‘멀티에셋’ 개념은.
“명품투자 회사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분산 투자를 기반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원하는 시점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멀티에셋’을 추구한다. 분산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어렵고 투자자 보호도 어려워진다.”
-전문 상품을 다루고 있는데 상품 종류가 늘어날 때마다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나.
“미술품 영역을 더 키우려면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술품, 선박에 투자한다고 큐레이터와 선박 제조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은 인력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주력 상품은 관련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그 외에는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어떤 자산이든 금융 상품으로 구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효율적인 조직 구성을 통해 각 증권사와 상품별로 연계해 검증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준비하고 있는 상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
“위메프와 협업해 ‘상생금융1호’ 상품을 투자계약증권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피스를 통해 위메프에 올라온 판매자들의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판매 대금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협의 중이다. 만기 기간은 대략 3개월에서 6개월로 잡고 있으며 수익률은 5% 이상으로 보고 있다. 상품 출시는 6~7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문의가 온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 선박금융상품도 조각투자 형태로 준비 중이다.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현재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본심사를 앞두고 있다. 선박금융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융에 의존하며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 됐다. 조각투자를 통해 해당 분야를 민간 시장으로 들여와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
-상생금융, 선박금융 등은 경쟁사들이 손대지 않는 영역이다.
“첫 시도라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조각투자 시장의 지평을 넓힌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조각투자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수 있는데, 미술 상품으로만 이 시장을 채울 수는 없다. 좀 더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리 준비한 미술상품 투자계약증권이 있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국내 조각투자 시장에 대해 진단을 내린다면.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 자금 조달이나 채권 시장으로 조각투자 시장이 발달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비정형 증권’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미술상품, 한우 등 현물만 나오고 있다. 해외처럼 채권이나 주식처럼 기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조각투자 시장은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현물의 조각화’다. 그래서 바이셀스탠다드도 명품시계와 미술품을 상품으로 발행했다. 2단계는 ‘조각의 증권화’다. 증권에 맞는 상품을 담아야 하며 현물의 조각과 조각의 증권화가 돼야 한다. 3단계는 ‘증권의 토큰화’다. 우리나라는 2~2.5단계에 머물러 있다.
순조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발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만 발행한다면 결국 시장을 고사시킬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개선점을 설명해 달라.
“기초자산의 다양화를 위해 ‘보충성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즉 다른 증권발행을 통해 사업이 가능한 경우에는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할 경우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활성화 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살아 있는 동식물 등을 제외하고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다 취득할 수 있어야 상품이 다양해질 수 있다.
둘째로는 증권 신고 프로세스 간소화다. 기업이 기업공개(IPO) 준비 시 증권신고서를 딱 한 번 작성한다. 조각투자회사는 상품을 발행할 때마다 작성해야 한다. 분량만 놓고 보면 IPO 신고서와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모두 별 차이가 없고 동일한 양식을 쓰고 있다. 상품에 맞는 신고서 양식을 별도로 만들고 의미 없는 행정 절차를 없애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투자계약증권 유통시장의 허용이다. 현재는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은 기업만 장외 시장에서 유통이 허용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 보호가 더 필요한 분야다. 조각투자 상품은 주로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 영세한 기업들이 관련 상품을 만들고 있어 회사가 도산할 위험이 있다. 도산 절연에 대한 절차 마련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원할 때 엑시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발행된 미술품의 투자 기간이 5년이다. 회사가 미술품을 매각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그저 기다려야 한다. 매각 시기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점이 투자계약증권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큰 요소라고 본다.
-앞으로 성장 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디지털 자산운용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종국적인 목표는 투자에 특화된 인터넷 전문은행 종합금융사로 발전해 플랫폼 피스를 ‘피스 뱅크’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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