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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냐 상징이냐…현대차-서울시, GBC 설계변경 놓고 ‘줄다리기’

이투데이 조회수  

현대차, 조감도 공개하며 105층→55층 의지
서울시 “재협상 해야 향후 행정절차 진행”
양측 쉽게 물러서기 어려워 장기전 가능성
서울시 성과 위한 ‘인허가 압박’ 부적절 지적
현대차의 적극적인 설명·설득 필요 의견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55층 2개동 설계가 반영된 GBC 조감도.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서울 강남구에 들어설 GBC 빌딩 층수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5층 계획을 55층 2개 동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수용할 수 없다며 사전협상을 다시 해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고 맞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 서울시는 국내 대표 랜드마크란 상징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양측의 힘겨루기는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105층 건물을 분산 배치해 55층 타워 2개 동과 저층부 4개 동으로 변경한 GBC 조감도를 최근 공개했다. 이름도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로 바꿨다.

서울시가 아직 변경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55층 개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뒤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거쳐 105층 타워 1개 동과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 동을 짓는 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2020년 5월 착공 이후 공사비가 치솟았고 고도제한 문제 등으로 초고층 빌딩 건립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경영환경 변화와 미래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2월 서울시에 설계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석 달만인 이달 초 수용하기 어렵다며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5층 건축물을 전제로 사전협상이 진행됐기 때문에 변경한다면 협상도 다시 해야 한다”며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행정절차는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설계 변경안을 포함해 향후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GBC는 현재 진행 중인 터파기 공사와 지하 기초 구조물 공사까지는 할 수 있지만, 건축물은 올릴 수 없다.

사진제공=서울시105층 설계가 반영된 GBC 조감도.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정반대로 사전협상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용도를 바꾸는 게 아니라 단순히 디자인 변경이고 애초 약속한 공공기여에도 문제가 없어서 다시 논의해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조감도를 공개하면서 부담하기로 했던 공공기여액이 약 1조7000억 원인데 물가상승으로 2조1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치솟은 공사비와 초고층 설계 적용으로 투입될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게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금 여력을 축소할 수 있어서 현대차그룹이 층수 변경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도 어느 때보다 랜드마크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될 수 있는 105층 빌딩을 포기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인허가를 무기로 GBC 개발을 지연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이 GBC보다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에 돈을 쓰는 게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며 “서울시의 성과나 해당 지역 주민의 바람 때문에 인허가권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전문가는 “서울시가 105층이 아니란 이유로만 설계 변경 등을 계속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서울시가 입장을 선회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직접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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