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여전히 많은 데도 ‘매매’ 관련한 통계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집값을 두고 매수자와 매도인 간 눈높이가 벌어지면서다. 분양 시장과 달리 일반 아파트 시장에서는 관망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올 들어 분양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 청약 취소분 등 이른바 ‘줍줍’ 기회를 잡기 위해 수만명이 몰려드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1가구에 대한 1순위 해당지역 청약을 진행한 결과 3만5076명이 접수했다. 이 물량은 조합원이 계약하지 않아 공급이 취소된 것이다. 1순위 청약으로 정확히 말해 ‘줍줍(무순위 아파트 청약)’ 물량은 아니지만, 차익이 20억원 보장된 물건이다.
지난 2월 3가구를 모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에서는 사상 최대 청약 인원이 몰렸다. 101만 3456명이 신청해 평균 33만 78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단순이 ‘줍줍’ 기회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입지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청약 신청에는 상당한 인원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124.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45.6대 1)보다 2.7배 높았다.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442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24대 1, 강동구 더샵둔촌포레 93대 1을 기록했다.
분양 시장만 보면 ‘내 집 마련’ 수요는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 매매 시장에서는 이러한 수요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4060건으로 전월(2511건) 대비 큰 폭 늘었지만 예년 평균 7000건 전후 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은 수치다. 매매가격 통계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5월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동일한 상승폭(0.03%)으로 기록했다. 16주간 하락을 기록하다 3월 넷째 주 상승 전환한 뒤 8주 동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폭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격’을 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줍줍’을 포함해 높은 경쟁률을 보인 분양 물량의 경우 일정 수준이상의 ‘차익’이 보장돼 있었다. 하지만 일반 아파트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의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신규취급액)는 3.94%였다. 3년 전인 2021년 3월에는 2.73%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기 내 집 마련을 미뤄뒀던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분양가에 대한 매력 요인이 지금은 더욱 커지는 시기인데 반해 일반 아파트에 대해서는 싼지, 비싼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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