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고위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홍콩 ELS 사태와 유사한 금융사고가 발생한 일본의 판매 권유 가이드라인을 참고한 대책이다. 일본은 안정적인 상품만 투자한 고객이나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운 고객은 투자 권유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도록 판매 관행을 고쳤다.
2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의 ‘구조화 채권(仕組債·시쿠미사이) 판매 권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와 굉장히 유사하게 일본에서도 고위험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사태가 발생했다”라며 “일본이 먼저 판매 권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조화 채권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책정하는 금융상품이다. 옵션 거래가 편입돼 있어 가격이 하락하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이 상품은 구조가 복잡해 기존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만 판매됐으나, 개인까지 판매 가능 대상이 확대됐다.
일본 금융청과 자율규제기구인 일본증권업협회가 지난해 개정한 구조화 채권 판매 권유 가이드라인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고위험상품에 투자하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홍콩 ELS 사태와 유사하게 금융기관이 고객의 투자 경험·투자 목적에 비춰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적합성의 원칙’을 어기고 구조화 채권을 무분별하게 판매해 투자자의 피해가 커진 사례가 발생했다. 일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현지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금융소비자나 퇴직급여를 받는 고령층에게 구조화 채권 투자를 권유해 이들이 투자 손실을 봤다는 민원이 늘어났다. 일부 고객은 조기상환을 통해 반복적으로 구조화 채권을 구입해 투자금 전액을 날린 경우도 있었다.
일본은 이 사태를 계기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판매를 권유할 수 있는 고객을 선별하는 기준을 세웠다. 우선 구조화 상품 판매를 권유할 수 없는 고객을 설정했다. 투자 손실 발생하면 생활 유지나 노후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 고객과 자산이 충분하더라도 일정한 투자 경험이 없는 고객은 판매 권유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대신 판매 대상 고객은 투자경험 및 보유금융자산 기준, 파생상품거래 지식을 판매 조건에 추가하는 등 사실상 부유층으로 한정했다. 보유 금융자산 규모와 전체 보유 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 등도 확인하도록 했다. 도카이도쿄증권의 경우 구조화 채권 판매 대상을 금융자산 1억엔(약 9억원) 이상으로 제한했다.
일본 금융기관은 판매 적정 고객이더라도 고객 자금의 성질, 즉 투자금이 여유 자금인지, 또는 노후 자금인지를 확인하고, 위험에 따르는 수익성과 유동성 등을 설명해야 한다. 상품의 구조에 대해 투자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고, 고금리·정부 보증, 확정금리 등 고객을 현혹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상품을 조기 상환한 후에 투자를 재권유할 때도 상품에 대한 설명을 간소화해서도 안 된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진의 책임도 강화했다. 위험이 큰 상품을 판매할 시 판매의 적절성, 판매 대상 고객의 선정, 판매 체계의 재검토 등에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투자자가 제대로 된 상품에 대한 이해 없이 고위험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막을 방침이다. 투자 손실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는 만큼 사전에 투자자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투자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금융감독원도 홍콩 ELS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낸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실무선에서 고위험상품 판매 관행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서 확정된 대책은 금융위에서 검토 과정을 거쳐 확정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최종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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