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정세에 중대 분수령이 될 한·일·중 정상회의가 조만간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3국 간 경제 협력 복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일·중 각자가 닮은 듯 다른 양상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념을 전면에 내건 통상 외교와 우방국 간 블록화 모두 동북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적 실리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협력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22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자유무역 확대와 공급망 강화 등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적 교류, 지속 가능 개발 등 6개 분야 협력 방침을 정리한 공동 문서 발표 여부가 쟁점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진영 간 대치, 각종 통상 마찰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지정학·지경학적으로 얽힌 3국 간 대화 단절은 대부분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2010년 일본과 중국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2016년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일·중 갈등은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2007년 91.7%에서 2022년 65.6%로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한·일 충돌도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국산화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낳았지만 그 와중에 만만치 않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동북아 정세 불안에 따른 역내 교역 축소는 제조업과 수출에 강점을 지닌 3국 모두에 손실이다. 특히 최근 한·일·중은 각자 사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생고가 극심하다. 수출은 회복 국면이지만 내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 역대급 엔저에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지난해 한국보다 높은 1.9% 성장률을 보인 국내총생산(GDP)이 올 1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역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속에 소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제각기 살 궁리를 찾는 각자도생(各自圖生) 대신 ‘다름’은 받아들이되 ‘공통점’을 확대해 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으로 경제 협력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지난 30여 년간 유지된 3국 간 수직적 분업 체제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형태의 분업과 교역 구조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공급망 안정화 방안 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우방에만 경도된 이념적 통상 외교에서 탈피해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념적 차원에서만 경제 협력을 고려하면 분쟁 소재만 하나 더 만드는 꼴”이라며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외교부 전략 대신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인 행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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