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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신 교수 “의대 증원? 낮은 의료 수가부터 뜯어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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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의정(醫政) 갈등이 3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 간 협상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갈등 해결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를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증원’ 자체를 놓고 양측 간 전제 조건부터가 엇갈려 있다. 길어지는 의료공백 사태를 벗어날 방안을 모두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 21일, 아주경제는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암 분야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인 김의신 교수를 만났다. 원로 거장으로서 현 사태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혜안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 “필수의료 위주로 낮은 수가부터 뜯어고쳐야”
 
김 교수가 딱 잘라 말했다. “‘수가’ 문제이지, ‘숫자’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김 교수는 현 정책으로 해결이 안 되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로 불리는 분야의 경우 높은 보험료에 비해 의료 수가가 낮다는 점을 꼬집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단 의사 수가 조금 모자라도, 한국 의사들은 하루 환자를 최대 300명까지 진료하고 있다. 미국이 하루에 8명 정도의 환자를 보는 것과 비교해 보면, 결국 한국에서 현재 의사 인력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근본적으로 국가나 환자 모두 비용을 적게 내고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받으려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지출을 보면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4%로, OECD 평균(9.7%)보다 여전히 낮다. 미국의 경우엔 한국과 비교하면 국가가 지불하는 의료 비용이 2배 이상에 달한다. 또 환자가 내는 의료비는 5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더 들지만 치료 효과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는 의료 수가를 OECD 평균 이상으로 올려야 하고,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크게 올려야 현재 최고라고 평가받는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필수의료는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및 중증 환자를 다루는 분야를 말한다.

미국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 교수가 말하는 한국과 미국의 의료 수가 차별점도 귀기울 일 만 하다. 우선 미국의 경우엔 의료 수가를 자율 경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선 응급이나 고난도 수술 및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 수가를 이에 맞게 책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죽을 고생하는 필수의료 의사나 보톡스 놓는 미용 의사나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후자가 돈을 더 잘벌기도 하는데 누가 하고 싶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 수도권 쏠림현상? “환자가 없으니, 의사도 없다”···수도권 대형병원 진료비 최대 5배 올려야

그간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른 지방 의료 붕괴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렇다면 지방은 왜 의사가 부족한 것일까. 김 교수는 “환자가 없으니, 의사도 없는 것”이라고 봤다.

“지방에 살아도 다들 서울에 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꼭 서울에 와야 병이 낫는 게 아닌데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역 의사를 통해 환자가 서울에서 치료를 해야하는 이유가 담긴 소견서를 받게 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또 수도권 대학병원 진료비를 현재의 3배에서 최대 5배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해, 꼭 진료가 필요한 환자만 서울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 역시 문제다. 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 후배의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에서 연수를 받았던 종양 내과 의사 후배가 한국으로 돌아와 강남에서 개인 병원을 차렸으나 환자가 없어 문을 닫았다는 내용이다. 의료진은 있었으나 환자가 오지 않았던 케이스다. 특히 우리나라는 암을 진단받은 경우엔 무조건 수도권 ‘빅5’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커서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이같은 쏠림 현상 그리고 수가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서서히 고쳐나가도 힘든 상황에서, 당장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갑자기 인원만 늘리면 실습과 같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왜 의사를 하려고 하는가? “우수한 학생은 연구해야”

최근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도 본격적인 입시 전략 짜기에 돌입한 가운데 ‘의대 열풍’이 다시 본격화한 모습이다. 김 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의사들은 다른 직업군들보다 비교적 더 오래 공부하고 수련해야 한다. 오히려 돈을 벌고 싶으면 공과대학이나 기술대학에 가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출시하면 훨씬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의사라는 직업에만 몰리는 것은 한국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인재는 의사를 할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해야 한다.”

또 이런 우수 인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쉽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의료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연구 업적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대형병원 경영의 상당 부분이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가 근무했던 MD 앤더슨 암센터의 경우 1년 예산인 약 5조8000억원 중 2조원가량은 기부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 금액은 연구자들의 월급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또 미국의 경우 각 대학의 20%는 의사 과학자로 배치한다. 반대로 한국은 이들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데다 지원할 수 있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형병원을 환자의 돈으로 운영하려고 하니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자 경영난까지 겪게 되는 것”이라며 “평소 기부금 마련에 적극 나서 의료 연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의신=1942년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에서도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수련을 받았다. 1983년부터는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근무하며 내과, 임상의학, 핵의학 전문의로 활동했다. 이 곳에서 32년간 종신교수로 일하며 ‘미국 최고의 의사에 11차례 선정’된 바 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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