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외국인 제주 방문 5배↑…개별 여행 늘어 소비패턴 변화
명품보다 K-패션ㆍ의류 인기에
신라면세점, 에르메스 6월 철수
“내년에 크루즈 확대, 회복 기대”
19일 오후, 제주시 연동에 있는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일요일임에도 한산했다. 1층 안내데스크와 바로 옆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일부 화장품 매장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명품 브랜드 매장엔 고객이 드문드문 보였다.
심지어 몇몇 브랜드 매대엔 아무런 상품이 없었고, 벨트차단봉으로 매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곳이 허다했다. 3층에 올라가보니 일부 유명 주얼리, 화장품 브랜드가 간판만 남긴 채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다. 제주 특산품·장난감 매장이 있던 4층은 아예 통째로 매장이 텅 비어있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일부 매장이 철수하거나 임시로 문을 닫고 있다”면서 “일부 브랜드의 경쟁력도 약화돼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과거엔 객단가가 높은 명품들이 많이 팔렸지만 최근에 K패션 의류나 식품 판매 비율이 높아졌지만, 객단가가 낮아져 매출 회복이 쉽지 않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롯데면세점보다 제주공항 접근성이 좋고 인근 상권이 살아있는 신라면세점 제주점은 다소 활기를 띤모습이었다. 이곳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젠틀몬스터와 국산 화장품 매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 시안(30)은 ”친구와 함께 휴가차 제주에 왔다”면서 “중국보다 가격이 싼 젠틀몬스터만 구매하려 한다”고 했다.
화장품 매장 점원은 “최근 제주를 거치는 크루즈 관광 재개 이후 개별로 중국 등에서 온 고객이 상당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신라면세점의 1층 명품 브랜드 매장도 한산했다. 특히 ‘에르메스’는 6월 말이면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루이비통, 샤넬 영업 종료에 이어 에르메스까지 떠나면서 신라면세점 제주점에선 소위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모두 장사를 접게 된 것이다.
제주 시내면세점의 이런 침체는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 관광 허용 방침에도 이전만큼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늘고 있지만, 정작 큰손인 유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최근 여행 트렌드가 ‘개별 여행’으로 바뀌면서, 유커에 의존해온 제주면세점 시장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에 따르면 기본적인 매출 비율은 유커가 90%, 나머지 10%가 개별 관광객이다.
정작 유커가 오더라도 서울·제주를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많아 면세점 쇼핑은 대부분 서울에서 하고 있는 점도 난제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제주도 방문 외국인은 54만 2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총지출경비는 1033.9달러(141만 원)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을 비롯해 최근 5년간 가장 적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84.1%인 개별 여행객의 작년 1인당 지출 경비도 1039.1달러로, 전년 대비 159.8달러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면세 시장이 되살아나려면 유커 회복이 필수지만 여전히 단체관광이 크게 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유커가 많이 탑승하는 크루즈가 올해 제주에 약 300항차 정도 들어오고 있다”면서 “내년엔 두배 늘어난 약 600항차가 예상돼, 내년엔 시장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