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해운업계가 해운동맹 재편 이슈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재매각에 실패한 HMM에 대해서는 ‘민간+공공’의 소유구조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22일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서울특별시 여의도 해운빌딩 10층 대회의실에서 ‘흔들리는 해운동맹…HMM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2024년 춘계 정기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한국의 해양산업 발전 기여 및 관심 제고를 위해 지난 2022년 5월 설립된 해양수산부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이다. 방송 통신, 종합지, 경제지, 인터넷신문, 해운전문지 등 60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매년 봄, 가을 개최되는 정기포럼의 일환으로, 해양기자협회 회원들과 해운업계, 학계 등 산·관·학 관계자 80여명이 참가해 주제 발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발표는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과 윤민현 한국해사포럼 명예회장이 맡았다.
주제 발표에 이어 열린 패널토론에는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이용백 헤드라인커뮤니케이션 대표(전 HMM 대외협력실장), 전작 국제해사기구(IMO) 자문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HMM과 한국 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HMM, 포스코·하팍로이드 지배구조 벤치마킹해야”
구 회장은 ‘HMM 재매각의 바람직한 방향’ 주제 발표에서 향후 HMM의 재매각 시 지배구조는 “국내 기업인 포스코와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지배구조를 적절히 혼합한 ‘민간+공공’의 소유구조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나 KT&G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 즉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민간기업과 함께 지배구조를 이루는 사례”라며 “세계 5위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오너 지분 30%에 함부르크시와 칠레 선사 CSAV,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등 여러 우량 대자본이 모여서 민간과 공공기관이 조화롭게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방 후 40여 년간 국내 해운기업들이 부침을 반복했던 이유가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의 문제가 상당히 컸기 때문이라고 구 회장은 지적했다.
구 회장은 “오너 일가 중심의 친족 경영체제로 인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오너 자식들에게 세습을 통해 기업을 상속하고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라며 “이로 인해 급변하는 국제 해운물류 시장의 변화에 제때 부응하지 못한 채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해운기업이 지배구조에 취약한 면을 드러내면 해운 시황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러면 글로벌 선사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HMM 1차 매각 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김흥국 하림 회장은 “인수자에게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구 회장은 “시장경제 국가에서 특정 민간기업 오너에게 경영권을 무조건 보상해 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영권은 오너 스스로가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누가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HMM 매각 때 향후 지배구조의 기준은 인수기업 40%, 정부 공공기관 30%, 화주 선사 소액주주 등 30% 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HMM의 미래와 관련해 선복량 확충을 통한 해상 운송 사업에 올인하기보다는 복합 물류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가운데 하나인 덴마크의 머스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구 회장은 “글로벌 톱(TOP) 7위인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는 2030년까지 7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의 선복량을 증가시켜 총 300만TEU를 확보할 예정”이라면서 “HMM 역시 2030년까지 160만TEU로 선대를 늘리겠지만 결국 ONE의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HMM은 당분간 글로벌 7위로 올라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 선대를 무조건 증가시키는 게 불확실한 시황 특성상 해운 시장에서 유리한지, 아니면 독이 될 수 있는지를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미나이 협력, 해운동맹 재편 ‘핵’ 될 것”
윤 회장은 ‘국제 해운사들의 얼라이언스 재편과 우리의 대응’ 주제 발표에서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100대 컨테이너 선사 가운데 60개사가 사업에서 철수해 생존율이 40%에 불과했다”라면서 향후에도 재편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전망을 인용해 향후 동-서 항로 간 4~5개사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력 후보로 유럽의 3개사와 중국의 COSCO, 그리고 여기에 1~2개 선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러한 선사 재편이 양분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송과 물류를 지향하는 종합 물류기업인 ‘A군’과 기존과 같은 해상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B군’으로 나뉠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군은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주로 대형 하주와 직접 화물운송 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운송인(Contracring Carrier)이 속하며 B군은 중하위권 선사로 항구와 항구 간 운송을 주로 하게 된다.
윤 회장은 “고객, 즉 하주의 니즈는 원스톱 서비스인 만큼 이를 책임 운송할 수 있는 업체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 재편의 핵으로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체결한 글로벌 해운동맹 ‘제미나이 협력(Gemini-Corporation, 이하 제미나이)’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2월 출범하는 제미나이는 그동안 모든 항구에 기항하던 것과 달리 자신들이 정한 글로벌 허브항(Hub-and-Spoke) 위주로만 기항할 예정이다. 다른 해운동맹에 비해 네트워크는 축소되지만, 허브항과 조인트 셔틀항(Joint-shuttle) 및 피더항(Feeder)을 연동하고, 출발·종점항은 축소하되 중간 허브항은 확대해 줄어든 네트워크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대신 화물운공의 신뢰성(Credibility)과 신뢰도(Reliability)를 높이는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강력하고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 관계를 고도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윤 회장은 이러한 사업 전략에 대해 화주 단체인 글로벌 화주 포럼(CSF) 역시 적극 환영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른 해운동맹도 제미나이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메이저 선사의 특정 허브항 위주의 운항 전략으로 허브항에 포함된 항구와 그렇지 못한 항구 간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글로벌 해상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추진 전략도 구분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윤 회장은 충분한 선대를 보유한 글로벌 상위 선사들인 ‘A그룹’은 제미나이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고, 선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하위권 선사인 ‘B·C그룹’은 현재의 해운동맹 체제와 마찬가지로 파트너십 추구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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