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을 가장 먼저 진행하는 ‘선도지구’를 오는 11월까지 선정하기로 하면서 1기 신도시 내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1기 신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고가 행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된 표준 평가 기준을 보면 100점 만점 중 ‘주민 동의 여부’가 6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민 95%의 동의를 받아야 만점을 받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성남시 분당구가 가장 먼저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자체 조사에서 주민 동의율 80%를 넘긴 통합 재건축 단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세가 높기 때문에 일반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사업성도 좋다고 보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직 선도지구 단지가 발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매수 문의가 늘지는 않고 있지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 만으로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이라며 “어떤 단지든지 먼저 선정되고 싶어하는 분위기기 때문에 주민동의를 받는 데 있어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분당은 신고가 행렬도 이어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한 ‘삼성한신’ 전용192㎡는 올해 1월 22억85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에는 18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약 1년 사이에 4억4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84㎡는 지난 3월 14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2월 같은 면적 직전 거래(13억6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상승했다.
분당에서는 올해 8000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할 계획인데, 대표 단지들 중 하나인 서현 시범단지(한신·한양·우성·현대)만 해도 7769가구, 한솔마을 1·2·3단지(청구·LG·한일)도 1872가구에 달하기 때문에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선도지구에서 탈락하는 아파트들도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산 역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통합재건축에 대한 열의가 높다. 주민 동의율이 80%에 달하는 단지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일산 마두동 백마2단지극동삼환 전용 101㎡는 지난 3월 7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101㎡가 7억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일산 마두동의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번에 지정되지 않으면 재건축이 한없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11월이 돼 선도지구 단지가 발표되면 매매가 힘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아서 최근 손바뀜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발표 이후 매수세가 올라가거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동의율을 95%까지 얻기가 힘들고,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가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동의율을 95% 얻기가 상당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도지구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도지구에 들어간 곳은 일단 순번이 앞이기 때문에 단돈 만원이라도 시세에 반영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 상황에서 소요시간,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 조합원들의 자금여력 등으로 정비사업이 착착 잘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건 다들 아는 이야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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