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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에만 1조원을 투자했어요. 60세 넘어서 AI 학회에 가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cooking library). 젊은 감각의 슈트를 입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등장했다.
기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그는 자신에 대한 키워드가 적힌 명함을 건냈다. ‘데이터 사이언스·금융·브랜드’. 정 부회장 명함에 적힌 세 가지 키워드 중 첫 번째 키워드인 ‘데이터 사이언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이제는 (AI에 대한)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밝힐 정도로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머지않을 미래에 도래할 AI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그는 데이터 설계 모델 개발에 수년간 공들였다. 수익 등 실적을 중시하는 다른 금융사들과는 과감히 다른 길을 간 셈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AI·데이터 기술은 전 세계 표준형”이라며 “여기에 독보적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에 걸쳐 구축하고 개발한 데이터 설계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PLCC(상업자표시카드) 사업이 있다. 정 부회장은 업계 최초로 데이터 기반으로 PLCC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현대카드는 19개 유력 파트너사들과 ‘도메인 갤럭시(데이터 동맹)’를 결성했다.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현대카드가 분석해 데이터 알고리즘 모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카드 성공 이후 경쟁사들도 뒤늦게 PLCC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 부회장도 기자들에게 “PLCC는 제 사활을 건 사업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미국 PLCC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싱크로니파이낸셜의 성공 사례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PLCC는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사업이지만, 데이터로 승부한다면 그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는 PLCC와 GPCC(범용 신용카드)를 성공시킨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회사”라며 “(최근 파트너십을 맺은) 올리브영도 현대카드의 데이터 플랫폼 때문에 들어왔고, 이처럼 궤도에 오른 사업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언급도 이어갔다. 정 부회장은 “애플페이는 책임감 때문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은 정 부회장이 미국 애플 본사를 오가며 적극 추진해 마련된 성과로 꼽힌다. 애플페이 효과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업계 3위에 안착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애플을 이용하는 신규 회원 수가 유입됐고, 현대카드 강점인 아메리카익스프레스(아멕스) 등 프리미엄 카드와의 시너지 효과로 국내외 이용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애플페이를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결제 대금의 0.15%를 애플 측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부 유출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그렇게 따지면 외산차, 외산폰은 왜 쓰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에 결제 스타트업(payment startup)이 없는 이유는 EMV(유로페이·마스터·비자)가 도입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EMV의 파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설계 전문가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기자들이 방문한 압구정동 쿠킹라이브러리(cooling library) 내부 디자인·설계에도 직접 참여했다. 최근엔 한남동에 주택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30년간의 건축 노하우를 모두 넣었다”며 “집 전면에 부엌을 놓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일 중심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며느리인 리디아 고 선수에 대한 일화도 전했다. 정 부회장은 “리디아는 성격이 좋고 성실하다”며 “운동을 관두지 말고 손주는 나중에 천천히 봐도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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