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HL만도는 판매 다각화와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나바라주에서 배터리시스템(BSA)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공장인 이곳은 2026년 양산이 목표다. 현대차그룹이 아닌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 전용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유럽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SA는 배터리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전기차 배터리팩과 냉각·전원차단장치 등을 통합해 모듈로 만든 전동화 부품을 말한다. 고용량·고효율 BSA는 전기차 품질 개선과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대규모 BSA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92억2000만달러(약 12조3000억원) 수주를 확보했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수주 10조원을 돌파했고, 당초 목표였던 53억6000만달러(약 7조2000억원)를 웃돌았다.
HL그룹의 자회사 HL만도 역시 현재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HL그룹의 EV(전기차)∙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인 HL만도가 제너럴모터스(GM) ‘2023 올해의 우수 협력사’에 선정됐다. SOY는 GM이 상위 1% 우수 협력사에 수여하는 상이다. HL만도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통산 10회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 시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HL만도는 매출 확대를 위해 최근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텐륜산업과 합작법인 ‘텐륜만도’를 설립했다. 텐륜만도 설립을 위해 텐륜은 약 111억원을, HL만도는 약 74억원을 출자한다. 이에 HL만도의 매출은 한국(44%)에 이어 중국이 2위(24%)를 차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한 매출 의존도는 줄었지만,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HL만도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은 2021년 약 55%로 절반 이상이었지만 이듬해 약 48%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약 42%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매출 규모는 각각 3조3811억원, 3조6078억원, 3조525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국내 부품업체 이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BMW 그룹은 2023년 한 해에만 45억유로, 한화로 약 6조5350억원어치의 부품을 한국 협력업체로부터 구매했다. GM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2023 올해의 우수 협력사 시상식’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활약한 최고의 글로벌 협력사들을 발표했다. 국내 협력사는 이 중 약 21%인 18개 협력사가 이름을 올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상업체를 배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국내 부품업계가 현대차그룹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은 주주나 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전동화,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이 부품업계가 매출처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자동차와 기타 미래차에 대한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함에 따라 부품 공급업체는 부품 생산 및 공급에만 의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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