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자체 보고서를 발표했다. ASAP 모델로 알려진 이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아키텍처를 ‘액세스(Access)’ ‘서비스(Service)’ ‘자산(Asset)’ ‘플랫폼(Platform)’이라는 4개의 상호 연결된 레이어(layer)로 구성해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상호 운용성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ASAP 모델은 디지털 자산 플랫폼이 개념화되고 설계되는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를 암시하며, 디지털 자산의 원활한 교환 및 활용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ASAP 모델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개발 및 구현을 위한 전체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디지털 자산 생태계 상호 운용성 및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출발했던 금융권 오픈 플랫폼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오픈뱅킹은 국내 은행의 오픈 API 개방이 단초가 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확대됐다. 이때 그 기반이 된 것이 바로 금융 오픈 플랫폼이었는데, 그맘때에는 금융데이터를 외부에 오픈하는 것에 금융업계에서도 반발이 심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오픈뱅킹을 시작으로 데이터 기반의 금융 서비스가 주목받게 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금융산업 생태계는 생명력을 갖고 더욱 확장됐다. 지금의 ‘마이 데이터’ 사업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ASAP 모델과 비교해서 어떤 모습인지 구조를 간단하게 알아보자. 금융 오픈 플랫폼의 아키텍처(architecture)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하게 그릴 수 있는데 3 레이어(layer)로 나누어 본다면, 맨 아래에 코어뱅킹(core banking) 레거시(legacy) 레이어가 있고, 그 위에 기능별 컴포넌트(service component) 레이어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각각의 기능별 컴포넌트(component)를 매시업(mash-up)해서 오픈 API가 만들어지는 서비스 레이어의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분명 ASAP 모델과는 다르지만 시스템의 효율성, 상호 운용성 및 확장성을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은 공통점이라 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금융 오픈 플랫폼은 금융기관 그리고 제3의 핀테크 기업 및 소비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개념을 기반으로 설계됐는데, API를 통해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금융 데이터 및 서비스에 대한 액세스를 민주화하여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상한 플랫폼도 디지털 자산의 발행, 거래,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과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및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등 자산에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능을 제공해 금융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여는 핵심 인프라로 발전할 것이라 전망한다. 따라서 금융 오픈 플랫폼과 디지털 자산 플랫폼 모두 금융 환경을 재편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위한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웹3.0 시대는 전통 금융과 토크노믹스 사이의 경계를 초월하는 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데, 향후, 금융 오픈 플랫폼과 디지털 자산 플랫폼 간의 연결이 이루어진다면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금융시장을 창출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봉규 한양대 공과대학 겸임교수·지크립토 전무이사(Ph.D.) alex@zkryp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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