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낮은 지지율에 묶여 있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다음 달부터 소득세 감세 정책을 실시한다. 특히 일본 국민이 감세 혜택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월급 명세서에 세금 감면액을 명시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은 6월부터 시작되는 감세 정책을 앞두고 정부 부처의 시행 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납세자 본인과 부양 가족을 합한 인원에 비례해 한 사람에게 3만엔(약 24만원)씩 일률적으로 소득세를 감면하도록 했다. 가령 전업 주부인 배우자와 두 자녀를 둔 직장인은 소득세 12만엔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다만 급여 소득이 2000만엔(약 1억 7400만원)을 넘으면 감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시행 규칙에는 모든 기업에 정부의 소득세 감세 금액을 월급 명세서에 표기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이 6월부터 받게 되는 월급 봉투에 최소 3만엔의 감세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 찍혀 나오게 된다.
기시다 내각은 주민세도 감면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1인당 1만엔을 감면한다는 것인데, 급여 소득자에게는 6월 주민세를 아예 받지 않는다는 계획도 있다. 세금 감면액을 뺀 나머지 주민세를 7월부터 내년 5월까지 11개월간 나눠 징수한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증세 안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에 시달려왔다. “안경 쓴 총리가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며 조롱하는 여론이 만든 별명이다. 이 별명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약 3조엔의 감세안을 포함한 17조엔(약 148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향후 중의원 해산과 재선거를 염두에 둔 정책”이라며 혹평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무리하게 감세안을 밀어붙인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기시다 내각이 이런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최악의 지지율을 어떻게든 반전시키기 위함이다.
지난 20일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으며 기시다 총리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72%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일부 언론의 조사에서는 집권 자민당과 야당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이 역전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20%대 지지율은 내각 사퇴설이 나올 정도의 위기를 의미한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연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기시다 총리로선 지지율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기존에 보유했던 3석을 모두 잃는 참패를 당하면서 지도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자민당 내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만큼 9월까지 민심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 재선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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