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플랫폼 업체 야놀자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가운데, 회사가 얼마나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야놀자가 지난 2021년 기업가치 8조원을 인정받고 거액을 투자받은 만큼, 업계에서는 공모가 기준 몸값의 하한선을 10조원으로 보고 있다. 야놀자가 몸값 10조원을 맞추려면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기준으로 80배의 멀티플을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로선 사실상 어렵다.
◇ 에어비앤비 PSR 적용하면 8조 넘지만…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국내 증시보다 미국 시장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뉴욕에 ‘US 오피스’를 열었다.
야놀자는 목표 기업가치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10조원을 마지노선으로 본다.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을 당시 이미 8조원의 몸값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때 거론됐던 몸값(최고 20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의 눈높이보다는 비싼 수준이다. 장외 시장에서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5조8700억원(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에 불과하다.
야놀자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어떤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까. 나스닥에 상장된 ‘유사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 야놀자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주가매출비율(PSR)인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에서 많이 거론되는 ‘유사 기업’은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밸류에이션이 유독 높아 야놀자가 향후 비교 기업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부킹닷컴, 아고다 등을 운영하며 숙박 플랫폼 업계 ‘대장주’로 불리는 부킹홀딩스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에어비앤비보다 훨씬 낮다.
에어비앤비의 1분기 말 기준 PSR(11배)을 야놀자 연 매출액(1분기 매출액 1947억원의 4배)에 적용하면 약 8조6000억원이 나온다. 그러나 PSR 방식은 기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플랫폼 기업들의 ‘몸값 부풀리기’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많다. 2021년까지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냈던 쿠팡도 PSR 방식으로 68조원을 인정받고 뉴욕 증시에 상장했는데, 당시에도 고평가 논란이 상당했다.
때문에 야놀자가 PSR보다는 이익을 얼마나 내는지 알 수 있는 EV/EBITDA나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야놀자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 PER보단 EV/EBITDA 유리… 추가 M&A할까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PER보다는 EV/EBITDA 방식을 적용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야놀자는 그동안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 등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하면서 투자를 많이 했다”며 “당연히 유무형자산 상각비가 많이 늘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EV/EBITDA 방식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야놀자의 유무형자산·투자부동산·사용권자산상각비는 총 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00% 넘게 증가했다. EBITDA는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하면 된다.
에어비앤비의 1분기 기준 EV/EBITDA 43배를 야놀자에 대입해보자. 야놀자의 올해 1분기 EBITDA가 310억원이었으므로 단순히 4배를 구해 연간 EBITDA를 1240억원으로 가정한다면, 야놀자 기업가치는 약 5조3320억원이 된다. 반면 에어비앤비의 PER 36배를 야놀자의 연간 당기순이익(1분기 당기순이익 110억원의 4배)에 대입하면 1조5840억원에 그친다.
다만 야놀자는 업의 특성상 숙박 플랫폼들과만 비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야놀자 숙박 플랫폼은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클라우드솔루션의 투자 가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지난해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글로벌 여행 솔루션 기업 ‘고 글로벌 트래블(GGT)’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솔루션 기업과 비교해도 10조원의 몸값을 달성하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가 고려 중인 클라우드솔루션 부문 유사기업 가운데는 오라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의 EV/EBITDA는 약 20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야놀자가 현 상황에서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M&A라고 본다. 실탄도 적지 않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5455억원을 포함해 총 1조2147억원의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야놀자가 만약 M&A를 통해 몸집을 키운다면, 여행업을 확장할지 아니면 신사업 쪽에서 오라클의 비교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대규모 M&A를 할 지 고민할 것”이라며 “인수하는 기업이 적자를 낸다면 몰라도 흑자를 내고 있다면, 연결 기준 EBITDA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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