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여성 인재’ 기용 성적표가 초라하다. 금감원은 금융권에 이사회 구성 변화와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압박하고 있으나, 정작 내부 ‘유리 천장’은 여전한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경영정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총 15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단 한 명뿐이다. 지난 5월 임명된 김미영 부원장으로 당시에도 금감원 내부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았다. 김 부원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선임 국장인 1급 직원 중에서도 여성은 한 명이다. 지난해 전문심의위원을 임원에서 직원으로 구분 변경하면서 윤정숙 전문심의위원이 1급 직원 21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2급으로 넓혀보면 전체 2급 직원 210명 가운데 여성 직원은 15명에 불과하다. 임원부터 2급 직원까지 246명 가운데 여성 직원은 단 17명으로 여성 비율은 7% 수준이다.
금감원 직제는 1~5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신입 직원은 5급(검사·조사역)부터 시작한다. 선임조사역은 4급, 팀장과 이하 수석조사역은 3급, 국장과 이하 팀장 2급, 국장은 1급이다. 임원은 부원장보부터 부원장, 수석부원장 등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엔 선진화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제시하며 여성 인재 채용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통해 국내 금융권에 젠더 다양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시 금감원은 “국내 은행권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12%고,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높여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사진을 재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이사회 내 여성 사외이사 수를 늘렸다. 그 결과 여성 사외이사는 7명에서 10명으로 증가, 전체 비율은 31%까지 확대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금융권에서 “업계에 여성 인재 등용을 강조하면서, 금감원이 정작 내부 ‘유리천장’은 깨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도 할 말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부임 이후 여성 직원의 승진은 물론 부서장 등 주요직 기용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해외사무소장 직위에 대해 공모제를 도입, 선발한 결과 최초로 여성 해외사무소장이 선정된 것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성 임원 수가 적은 이유는 그 대상자가 적기 때문”이라며 “당시 여성 입사자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대상자 역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년 간 공개채용 입사자를 보면 여성직원이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여성 직원이 많아진 만큼 여성 임원 및 고위직도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금감원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61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억517만원에서 2020년 1억657만원, 2021년 1억673만원, 2022년 1억1006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예상 연봉은 1억298만원이다.
남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88만원으로 여직원의 9188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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