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14시간 조사하고 ‘VIP(윤석열 대통령)격노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김 사령관과 박 전 대령의 대질조사도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 측의 거부로 불발됐다.
21일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데 이어 오후에는 박 전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14시간 만인 오후 11시 30분께, 박 전 단장은 9시간 만인 밤 10시 30분께 각각 조사를 마치고 공수처를 빠져나왔다.
공수처는 이날 김 사령관에 대해 1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조사를 진행했고, 박 전 단장을 상대로 별도 조사를 진행하면서 대질 조사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김 사령관의 거부로 무산됐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측이 “해병대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질 조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사령관은 오전 출석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공수처를 빠져 나갔다.
취재진은 김 사령관에게 ‘대질신문을 하는 게 오히려 해병대에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나’, ‘대통령 격노설이 거짓이라고 보느냐’와 같은 질문들을 쏟아 냈지만 김 사령관은 입을 굳게 닫았다.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대질심문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저희는 대질 조사를 원했으나 김 사령관이 강력히 거부했다”며 “제대로 진술을 못하는 상황에서 지휘권을 걱정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사령관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물증과 관계자 진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무모하게 버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김 사령관에게 진실을 요구했다.
또 김 변호사는 “공직에 있지도 않은, 공식적 직함도 없는 육사 출신의 엉뚱한 제3자가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며 “사실이라면 국정농단”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4일에도 김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5시간 가량 조사했고, 이후 2차 조사 일정을 조율한 끝에 이날 김 사령관을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사령관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 전 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사건을 수사하며 해병대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당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다음날 김 사령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 취소를 통보하며 박 전 단장에게 부대복귀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이 “VIP가 격노했다”며 윤 대통령 외압을 주장했으나, 김 사령관은 “VIP란 단어 언급 자체를 한 사실도 없다”며 박 전 단장이 거짓 진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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