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실제 수치 간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지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역점 과제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금리 수준 향방 선제적 안내)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은의 거시경제 동향 예측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공개할 예정인데 1분기 성장률이 1.3%로 예상외로 호조를 보인 터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 폭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와 물가 전망은 금리 결정에 핵심 변수로 전망치가 불확실하면 선제적 통화정책 수립이 어려워진다. 한은이 1분기 GDP 지표 분석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조직 내 압박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12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내수 부진과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이유로 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불과 2주 뒤에 내수 개선으로 GDP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수치가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현재 3개월 시계로 기준금리 전망치를 내놓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1년 단위로 확장하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제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투표해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후 2022년 10월부터 한국형 점도표를 도입해 실험 중이며 최근에는 시계를 6개월, 1년 등으로 확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은 포워드 가이던스 확장에 앞서 이르면 8월부터 ‘분기별 경제 전망(성장률·소비자물가·경상수지·고용지표 등)’을 발표할 계획인데 제대로 안착할지 물음표가 붙는다.
강태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두울수록 중앙은행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한은은 기본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기별 전망은 오랜 역사와 노하우, 막강한 모델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현재 한은은 정확한 전망으로 시장 참가자들에게 방향타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영란은행(BOE)의 금리 전망치 공개를 반대하는 보고서를 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BOE 의뢰로 진행한 검토 보고서를 통해 BOE의 경제분석모형 정비를 강조하며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들의 정책금리 예측치 공개를 권고 사항에서 제외했다.
한은 내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 확장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지난 20일 임기를 마친 조윤제 전 금통위원은 “미국과 달리 우리가 주도적으로 긴 시계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을 땐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게 중앙은행에 신뢰성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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