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때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이었지만, 이제 ‘반토막’ 집값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집값 상승기 붙었던 거품이 빠지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의대 증원의 나비효과’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항공모함 모양으로 이어진 배곧신도시 중심부에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산책하는 주민들 덕분에 활기찬 분위기였다. 2015년 입주를 시작해 2만1500가구, 7만여명이 거주하는 배곧신도시의 최근 집값 기류는 심상치 않다.
배곧신도시 내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토막에 가까울 정도로 하락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주요지역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배곧동은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 집값 상승률 전국 2위(37.26%)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이었으나, 최근 하락 폭 40%의 거래들이 이어지고 있다.
■ 반토막 난 배곧 집값? 과장됐지만, 하락세는 부인 못해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배곧신도시 내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가 최고가와 비교해 4억원 이상 하락했다. ‘시흥배곧C1블록 호반써밋플레이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4일 5억72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최고가 10억원에서 4억2900만원 하락했다.
배곧신도시에서 처음으로 ‘10억 시대’를 열었던 ‘시흥배곧C2블록 호반써밋플레이스’ 84㎡는 지난 11일 5억7800만원에 팔려, 2021년 6월과 9월 최고가 10억에 비교해 4억2200만원 떨어졌다. 인근 ‘시흥배곧SK뷰’ 84㎡는 지난달 18일 5억9000만원에 거래돼 2021년 6월 최고가(9억9500만원)에 비해 4억5000만원 하락했다.
이날 땅집고와 만난 배곧신도시 내 공인중개사사무소는 “거래된 아파트 층간 차이와 위치에 따라 더 살펴봐야 하지만 한창 집값이 오르던 2020~2021년에 비교하면 매매가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분석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국 부동산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대미문의 상승장을 겪었다. 지금은 금리인상, 경기 불황 등에 따른 하락기를 함께하고 있을 뿐”이라며 “10억에 거래된 가구는 로열라인에 해당한다. 그에 해당하는 거래는 최근 6억원대 중반에서 7억원대 초반에 거래돼 반토막 거래라고 하기엔 무리다”고 밝혔다.
서해 조망 여부에 따라 매매가의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1년경 C2호반써밋플레이스 최고가(10억원)를 기록한 2가구 모두 서해 조망이 가능한 동에 위치했고, 각각 29층, 31층으로 고층이었다. 이 관계자는 “서해 조망이 안 되는 가구들은 8억원 정도에 거래됐었다”고 설명했다.
■ 의대 증원 나비효과? “서울대병원 영향은 없어”
배곧신도시 집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서울대병원 분원 착공 지연이다. 신도시 내 총66만㎡ 부지에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가 조성 중인데, 지하2층~지상12층, 총 8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분원 건립을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이었다. 지난해 시공사 모집 당시 유찰됐으나, 올해 2월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의료대란’이 변수로 떠올랐다. 의료체계 붕괴 우려는 물론이고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영난에 빠졌다. 서울대병원 역시 기존 500억원이었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지난 3월 1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이 병원에 의해 기각됐고, 전공의 최종 복귀 시한인 20일을 넘겨 장기화 조짐이다. 이로 인해 시흥캠퍼스 내 병원 건립 사업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현재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교육협력동, 미래모빌리티동, 교직원 및 대학원생 주택 등 일부 건물만 완공된 상태다.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을 포함한 시흥캠퍼스 사업이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하지만, 현재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캠퍼스 부지를 보면 들어선 시설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서울대병원 호재를 기대하고 이주한 주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배곧 집값 하락과 서울대 캠퍼스를 묶는 건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병원이나, 연구 시설이 완공되어 상주인구들이 유입되는 것을 생각하면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며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매매가격 하락,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부진을 걷어내도 배곧신도시는 실거주지로서 매력이 큰 곳이다. 시화공업단지와는 인접해 있고, 인천 송도국제도시까지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다. 대형마트, 아울렛, 멀티플렉스 영화관, 배곧 한울공원, 생명공원 등 생활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서울로 향하는 광역버스 노선이 잘 갖춰져 있고,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수인분당선 달월역, 월곶역이 반경 2㎞ 이내에 위치해 있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수도권에 이 정도의 가성비를 갖춘 신도시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곧신도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는 있지만, 기반 시설, 주변 일자리, 여가시설에 대해 알게 되면 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흥=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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