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코스피 시총 비중 연초比 2.23%↑
4대지주 지분율 63%…밸류업 기대 반영
하반기 ‘외환시장 개선·공매도 재개’ 예고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추진과 맞물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해 외국인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21일 기준 34.95%로 연초(32.72%) 대비 2.23%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 연중 가장 높았던 비중이 32.83%(11월1일)였던 점을 고려하면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했다.
업계는 당국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외국인 자금 유입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고환율 지속 등 증시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요인이 수급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단 관측이다.
우선 지난해 추진된 정책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년 만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시켰다. 외국인 ID 제도는 국내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하는 제도로 지난 1992년 도입 이래 비대칭 규제라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해당 제도 폐지에 따라 외국인은 금융당국에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법인식별부호(LEI·Legal Entity Identifier)를 이용해 계좌 개설·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LEI는 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다.
이에 외국인 계좌 개설 수는 지난해 12월 27건에서 올해 3월 305건으로 10배 이상 불어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올 들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인의 공감대 형성도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은 주당순자산가치(PBR)는 낮으나 주주환원책 제시가 활발한 대표적인 업종인 금융주를 주로 사모으고 있는데 이는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종별로 살펴보면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평균 62.63%를 기록하는 등 금융업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연초 대비 평균 지분 상승률만 2.93%에 달했다.
KB금융은 외국인 지분율이 4.78%(72.02→76.80%) 올랐고 하나금융지주(68.57→69.99%·1.42%↑)와 신한지주(60.24→61.17%·0.93%↑), 우리금융지주(37.96→42.56%·4.60%↑) 등도 비중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올 초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기업설명회(IR) 강화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시장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겠단 계획을 밝혔는데 최근 뉴욕과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직접 대면하며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자 대상 IR행사에서 국내 금융시장 접근성 개선과 투자 편의성 제고 등 정부의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홍보했다.
하반기는 제도 개선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오는 7월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과 해외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골자로 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이 시행되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지분율이 바닥에서 꾸준히 상승했던 경험들을 보면 상승 기간은 대체로 1~2년 정도를 나타났고 상승 강도는 6~10%포인트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며 “상승 기간은 최근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상승 강도 측면에서 추가 상승 여지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