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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의 머니집테크] ‘희망고문’ 사전청약 34개월만 퇴장…주택공급 지연 우려에 ‘수요자’만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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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기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21년 7월 이 제도를 부활시킨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뉴:홈 위례 홍보관. [사진=연합뉴스]

“사전청약 당시 안내받은 입주일이 2026년이었는데 지금은 언제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여러 가족 계획들을 다 고려한 일정이었는데 다 틀어져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경기 경기 군포 대야미지구 A2블록 사전청약에 당첨된 김모 씨(42)는 최근 당첨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본청약 일정이 2027년 상반기로 3년 늦춰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임시송전선로 이설공사가 원인이었다. 본청약을 약 2주 앞두고 이 같은 사실 알려지면서 김모 씨는 청약 계획을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해 지난 정부에서 부활했던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 토지 보상 지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전청약 단지의 사업이 늦어지는 사례가 급증해서다. 사전청약이 폐지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기 수요를 분산하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 2021년 7월 제도를 부활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전청약 제도 폐지로 민간에 이어 공공에서도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전청약 34개월 만에 다시 폐지…민간 이어 공공분양도 흔들

2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앞으로 공급되는 신규 공공분양 아파트는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한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으나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리는 등 여러 부작용이 확인돼 2011년 결국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7월 ‘패닉 바잉'(공황 구매) 등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묶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사전청약 제도를 부활시켰다. 윤석열 정부도 공공 분양 아파트 브랜드 ‘뉴홈’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하는 등 제도를 활용했다. 그러나 사전청약 당시 예고했던 본청약 시기가 잇따라 늦춰지거나 분양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등 예상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다. 13개 단지 중에서도 사전청약 때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 시행 예정이지만, 이들 단지의 본청약도 대거 밀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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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에서 공사 장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 침체, 고물가에 주택 공급 급감…시장 혼란 더 커질까

시장에서는 이번 사전청약 폐지가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의 주택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도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월까지 전국 주택 누적 인허가 물량은 7만4558가구로 작년(9만6630가구)에 비해 22.8% 감소했다. 여기에 국토부 올해 공공분양주택 ‘뉴홈’ 1만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도 자체를 폐지하며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올해 22개 단지(1만2000가구)에 대한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면서 공급 물량이 13개 단지(6899가구)로 축소된 상태다.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분양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청약자들의 내 집 마련 장벽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4월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87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3891만원까지 올랐다. 한 달 전보다 2.4%, 1년 전과 비교하면 26.8%나 급등했다. 지방 5대 광역시 및 세종시의 4월 기준 아파트 3.3㎡당 평균도 210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6.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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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정부 정책 신뢰도 가장 중요…공급 정책 재검토 필요”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인한 시장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우선 정부 정책 신뢰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번 발표 이후 시장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사전청약 물량과 가능한 공공분양 물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급 정책 전반을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을 무리하게 발표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실수요자가 지게 되고, 결국 시장의 신뢰도 잃게 된다”며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정책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일관성 있는 정부의 정책 태도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지금이라도 주택 공급 정책을 현실 가능성과 우선순위 등을 재검토해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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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이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 중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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