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 부동산 PF 부실 위기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시행사의 ‘브리지론(토지 매입 등 초기 비용을 위한 단기 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시공사인 건설사가 재무 리스크를 떠안는 책임 준공 약정 등을 손볼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6월 금융·건설업계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 14일 발표한 부동산 PF 구조조정 대책의 후속 조치로 부동산 PF 사업 구조 전반을 살필 계획이다.
정부는 시행사가 토지 매입 등 초기 사업 단계에서 필요한 돈의 90% 이상을 브리지론에 의존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지으려면 우선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국내 시행사는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대부분을 대출금으로 충당한다. 이 대출이 브리지론인데,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인허가조차 받지 않은 불확실한 사업인 만큼 연 10~20%대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이후 토지를 사들이고 착공 준비를 마친 후 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본 PF’ 대출을 받아 브리지론을 갚는다. 본 PF는 분양 후 분양 대금으로 상환한다. ‘대출 돌려막기’가 부동산PF 사업의 사실상 핵심인 셈이다.
문제는 대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금리와 부동산 경기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기 쉽다. PF 부실은 책임 준공·연대 보증을 선 시공사,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로 전이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행 PF 제도를 두고 “분양 가격이 폭락하면 줄줄이 ‘폭망’하는 구조”라고 지적한 이유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대부분을 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가 부동산 PF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이다”라며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과 관계 기관은 시행사의 총사업비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만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인 PF 사업장에 대출을 내주고 있는데,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책임 준공 등 시공사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불공정한 계약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책임 준공은 시공사가 정해진 기일 내 책임지고 준공을 마치도록 한 약정인데, 만약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시공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시행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이러한 무리한 ‘책임 떠밀기’가 건설사의 도산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다음 주 건설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책임 준공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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