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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강자’ NH투자증권이 어쩌다가… 코스닥기업 소규모 유증에도 저가수수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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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자본시장(ECM) 강자’ NH투자증권이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중소형사의 유상증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에까지 ‘0.5% 초저(超低) 인수수수료’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집총액의 0.5% 인수수수료는 그동안 코스피 조 단위 빅딜에나 드물게 적용됐었다. 대부분 최소 1%는 받으려고 한다.

‘파두 사태’ 후폭풍으로 올해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에서 밀려난 NH투자증권이 ECM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뉴스1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뉴스1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유상증자 주관 입찰에 나서며 모집총액의 1% 이하 인수수수료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에코앤드림과 퀄리타스반도체 유상증자 인수수수료로 각각 모집총액의 0.5%, 0.67%를 제시하며 대표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먼저 에코엔드림의 약 1200억원 유상증자를 대표 주관하기로 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모집총액의 0.5%를 인수수수료로 받고 실권주 발생 시 잔액 인수 금액의 8%를 실권수수료로 받는 구조다. 키움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시장에선 NH투자증권이 전에 없이 낮은 인수수수료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모집총액의 0.5% 인수수수료는 올 들어 현재까지 공시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코스피, 코스닥시장 주관사 확정 기준) 17건 중 가장 낮은 인수수수료율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이 에코앤드림에 적용한 인수수수료율은 올해 1월 25일 1013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후성과 동일한 수준이다. 후성의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는 대신증권으로 모집총액의 0.5%를 인수수수료로 책정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8000억원 수준의 코스피 상장사 후성과 시가총액 4000억원 수준의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코앤드림의 인수수수료율이 같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특히 인수수수료율 1% 이하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에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모집 총액의 0.5% 인수수수료는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주관사에 냈거나 내야 하는 인수수수료율 평균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다. 올 들어 현재까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5곳으로 평균 인수수수료율은 1.17%였다.

NH투자증권의 초저 인수수수료는 고난도 유상증자로 꼽히는 퀄리타스반도체에도 적용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약 6개월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퀄리타스반도체에 0.67% 인수수수료율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퀄리타스반도체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이 모집 목표 총액인 595억원에 미달해 인수수수료가 0.67%인 4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모집총액의 0.8%를 수수료로 부과한다는 복안이지만, 이조차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사 인수수수료 평균에 못 미친다.

NH투자증권의 낮은 수수료 책정은 퀄리타스반도체가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대신 NH투자증권을 택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주 외면이 뻔한 고난도 유상증자라는 점을 고려해 인수수수료와 실권수수료율을 높게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래도 상장 주관사였던 인연에 자사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푼이 아쉬운 퀄리타스반도체는 NH투자증권으로 냉큼 갈아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해 10월 이익미실현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 당시 제시한 지난해 매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라면서 “경영진도 유상증자 불참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0.67% 인수수수료율은 과하게 낮다”고 말했다.

퀄리타스반도체 제품 이미지. /퀄리타스반도체 제공
퀄리타스반도체 제품 이미지. /퀄리타스반도체 제공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이 ECM 실적 유지를 위해 유상증자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IPO 주관 선정에서 잇따라 밀려나고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을 빚은 파두 주관사라는 낙인에 기업들이 NH투자증권을 피하면서다.

유상증자 주관은 NH투자증권이 ECM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ECM 공모 발행 시장에서 주관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발행 규모 1조2925억원)와 대한전선 유상증자(4625억원)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덕이 컸다.

다만 일각에선 NH투자증권의 저가 수수료 전략이 시장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달 규모,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 주가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저가 경쟁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한 증권사 IB 고위 임원은 “ECM 실적이 밀리기 시작한 NH투자증권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기 시작했다”면서 “ECM 전통의 강호로 꼽혀온 NH투자증권이 주관 자리를 놓고 가격 경쟁을 시작하면 소형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실력 경쟁은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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