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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하고 고액 자산가에게도 추천했는데… 상장 실패해 자존심 구긴 하나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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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부실 상장 논란을 일으킨 ‘파두 사태’ 이후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10여 개 기업이 심사 청구 후 이를 취소했다. 철회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다수는 미승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후 재신청을 도모하는 길을 택했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 일부는 직접 지분 투자를 하고 고객들에게 투자 권유까지 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고배를 마셨다. 회사 이름을 걸고 주관한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이들 증권사는 자존심을 구겼다.

하나증권
하나증권

디지털 트윈 기술 기업 이안은 올해 1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가 3월 말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증권이 상장 주관사를 맡았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공간에 현실 공간을 똑같이 만들고 실시간 모의실험을 통해 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등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안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등 산업용 디지털 트윈 플랫폼 전문 회사로 경력을 쌓았다.

하나증권은 이안이 보유한 반도체 팹(제조 시설) 분야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높게 사 2021년 말 시리즈 B 라운드 때 투자했다. 이안은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대표 주관사로 하나증권을 낙점했다. 하나증권은 이안의 IPO를 준비하며 2022년 11월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 단계 때 자금을 추가로 넣었다. 확신을 갖고 베팅을 했다는 의미다. 그해 말 하나증권이 보유한 이안 지분은 3.69%에 달했다.

하나증권은 개인 고객들에게 이안의 비상장주식을 팔기도 했다. 하나증권의 초고액 자산가 특화 자산관리센터인 클럽원에서 이안 비상장주식을 수십억 원어치 판 것이다. 클럽원은 ‘수퍼 리치’ 사이에 비상장주식 투자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클럽원 PB(자산관리사)들이 상장하지 않은 벤처 기업 중 유망한 회사를 선별해 비상장주식 상품을 추천한다. 크래프톤이 상장하기 전 클럽원 고객들이 투자한 170억 원 규모 비상장주식은 상장 후 4배 넘는 수익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안의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클럽원 고객들은 코스닥 상장이 어그러지면서 수익 실현이 멀어졌다. 하나증권으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 작업을 맡았던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사 하이센스바이오도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 심사 신청 후 올해 1월 심사를 철회했다. 6개월간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포기한 것이다. 시린이 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거래소 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심사 철회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주관사로 선정된 후 약 3년간 상장 준비 작업을 했다. 2021년엔 하이센스바이오에 투자해 지분 2.7%를 확보했다. 한국금융지주 그룹사인 벤처캐피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8년 첫 투자 후 하이센스바이오 지분 17% 이상을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하이센스바이오가 내년 코스닥 입성 재도전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두 곳 모두 투자금 회수까지는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KB증권도 바이오 기업 피노바이오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가 쓴맛을 봤다.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가, 9개월 만인 올해 2월 신청을 거둬들였다. KB증권은 2020년 피노바이오에 투자해 2021년 말 지분 0.8%를 보유했다. KB금융지주 소속 KB인베스트먼트는 산하 펀드들을 통해 수차례 투자했다. KB글로벌플랫폼펀드가 지난해 말 기준 피노바이오 지분 3.2%를 보유 중이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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