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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올 1분기 재무제표에 15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비용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에 시달리던 한전이 실적 개선에 힘입어 4년 만에 의미 있는 수준의 법인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곳간을 채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1496억 원(별도 기준)의 법인세 비용을 반영했다. 유효 법인세율은 20.15%인데 이는 지난해 회계상 유효세율이 0%였던 것과 대비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한 해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다음 해 3~4월 법인세를 낸다. 당해 연도에 이익을 많이 낼 경우 보통 다음 해 납부액이 증가한다.
재무제표에 나오는 법인세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액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해당 회계연도 납부 세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전이 1분기에만 1500억 원에 육박하는 법인세 비용을 반영한 것은 세 납부액이 정상 궤도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전은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사실상 법인세를 못 냈다. 한전의 결정세액은 △2021년 약 1억 3000만 원 △2022년 약 230만 원 △2023년 5288만 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포함된 것으로 영업을 통한 세금은 없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1~2023년에만 누적 기준 47조 원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재정 건전화 계획으로 일부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에 책정된 법인세 비용과 올해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한전의 법인세수 기여분이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한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8조 1663억 원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여름 철 성수기 이후 전기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2015년 1조 1500억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 세수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공기업으로 꼽혔다. 전체 공기업 법인세 가운데 4분의 1을 책임졌을 정도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의 세수는 알려진 대로 예상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만 해도 분기보고서를 통해 2024 회계연도의 예상 법인세율을 2.5%로 제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24%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이월결손금과 미사용 세액공제가 총 7조 2680억 원에 달해 이익이 나도 결정세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공제 미사용분이 남아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넘어온 세액공제 미사용분과 이월결손금 등이 많아 실제 법인세율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기준 유효세율도 3.98%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은 1분기 재무제표에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납부 세액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납부 세액을 재무제표에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연결 매출이 7억 5000만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실효세율 15% 미만의 세금을 내면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 부족분을 추가 과세하도록 하는 제도다.
OCI홀딩스는 올 1분기 보고서에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법인세 비용으로 33억 2200만 원을 인식했다. 말레이시아 자회사가 소득공제 혜택을 보면서 1분기 실효세율이 9.23%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미국과 베트남 법인 등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받아 8억 6300만 원의 법인세 비용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HD현대도 인도·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연간 실효세율이 15% 미만일 것이라고 보고 법인세 비용을 12억 3400만 원 추가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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