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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TM) 영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TM이 신계약을 체결할 경우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의무 유지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경쟁사 TM에 일반적 수준 이상의 수당을 제시해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수당을 통한 경쟁은 승환계약이나 차액 거래를 늘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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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선두권 TM 보험 판매사인 A사는 지난달 TM 설계사를 대상으로 신계약 미유지 환수 회차를 기존 12개월에서 7개월로 대폭 줄였다. 신계약 미유지 환수 회차는 TM 설계사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받는 수수료(수당)를 온전히 받기 위한 필수 계약 유지 기간이다. 이번 기준 변경으로 A사의 TM 설계사는 새로 유치한 가입자가 7개월만 계약을 유지해도 모든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TM 판매 계열사인 B사 역시 지난해부터 이 기간을 7개월로 축소해 적용하고 있다.
보험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환수 회차 축소가 TM 경쟁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는 보험사 간 TM 영입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초부터 생명보험사 C사는 TM센터 상담원을 모집하면서 우수 경력자에 대해 모집 수당 최대 800%를 보장했고, 손해보험사인 D사는 교육비 명목으로 800만 원을 지급하며 경력 TM 모집에 열을 올렸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수 회차 축소 움직임이 대형 보험사들까지 확산된다면 TM 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예전에는 개인에 대한 영입 경쟁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팀 단위로 영입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신계약 미유지 환수 회차를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불법은 아니다. 수당 정책은 개별 보험사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 업계에서는 환수 회차를 축소하게 되면 보험 유지 기간이 줄면서 설계사들이 승환계약이나 차익 거래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씩 내는 보험계약일 때 수수료 등으로 설계사가 12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설계사가 타인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자신이 10만 원씩 매달 대납하고 8회 차에 해지해 50만 원을 남기는 방식으로 가짜 계약(차익 거래)을 체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잉 경쟁이 차익 거래로 번지게 될 경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늘면 보험사 사업비가 증가해 일반 소비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를 악용하려는 설계사가 있다면 보험 정보에 취약한 일반 가입자에게 해지 뒤 재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어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는 물론 실질적인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
금융 당국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환수 기간 축소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환수 기간 축소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차익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문제”라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검사 후 제재 또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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