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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원전 5기 분량’ 5GW 더 느는데…巨野 “재생에너지 늘려라”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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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원전 5기 분량' 5GW 더 느는데…巨野 '재생에너지 늘려라' 발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해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해 한국 수출 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어 산업 경쟁력 추락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발전 대신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되면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등 첨단산업 역시 전력 수급에 부담 요인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147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1762㎿다. 2029년까지 신설될 총 732개의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4만 9397㎿로 전망된다. 허수가 적지 않음을 감안해도 2032년까지 한국전력공사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전예정통지는 8만 564㎿(1247건)에 달한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탄소 발생·계통 불안 없이 충족하려면 신규 원전 건설이 가장 가성비가 높은 선택지라고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꾸려진 11차 전기본(2024~2038년) 수립 총괄위원회는 향후 15년 전력 수요 전망치를 10차 전기본보다 5GW 이상 많은 140GW대에서 목표 수요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GW는 원전 1기분 분량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경제성장률과 인구 등 전통적인 거시 변수를 갖고는 제대로 된 전망을 하기 어려운 가운데 (11차에서) AI 등 새로운 신산업,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화 수요 등을 적극 반영하려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에서는 2036년 최대 전력 수요를 연평균 2.5% 증가한 135.6GW로 도출한 바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에너지 캐시백 등 17.7GW 수요 절감 노력을 반영한 목표 수요는 118GW다. 산업부가 목표 수요에 22% 예비력을 더하고 확정 설비를 제하는 방식으로 신규 필요 설비 용량을 계산했더니 신규 필요 발전 설비는 1.7GW에 불과했다. 당시 산업부가 기존 원전 계속운전과 신한울 3~4기 건설 재개 등을 공식화했으나 신규 원전 건설까지 담을 여력이 없었던 이유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기본이 실질적인 윤석열 정부의 첫 전기본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11차 전기본에서 최소 5GW의 전력 수요가 추가될 경우 이를 무탄소 전원으로 감당하려면 원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전력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원전 산업의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MR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장점이다. 설계와 시공이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부지 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탄력적인 출력 조절 기능도 매력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중국 등을 제외하면 상용화 전인 기술이라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SMR을 긍정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규 원전 추가의 필요성에도 거대 야당이 걸림돌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민주당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40%를 달성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한 전기본 수립을 주문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의 대표위원을 지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우 의원은 14일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려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22대 국회가 할 일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이 국회 보고를 거쳐야 하는 전기본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없애고 현재 목표에도 미달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더 늘리라는 명분을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중심으로 중심으로 11차 전기본부터 국회 보고가 아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국가 주요 에너지 계획을 담은 전력수급계획 확정 시 국회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국회 동의를 받으라는 것을 포함해 전기본이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경직화된 운영은 SMR 등 신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만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본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에너지원의 구성비를 결정할 산업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본 초안이 나오더라도 구체적으로 원전 몇 기가 들어가는지, 또 SMR 몇 기가 새로 투입될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부가 야당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 보고가 필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만 해도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차 전기본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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