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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가 출산휴가 확대와 육아기 단축 근로 연장 같은 시급한 저출생 대응 법안 처리를 외면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정부가 재입법에 나섰다. 동일한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인데 정치권의 민생법안 외면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날 ‘모성 보호 3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인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다. 이지난해 10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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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확대하고 난임치료휴가를 연간 3일에서 6일로 늘리는 내용이다. 육아기 단축 근로의 대상이 되는 자녀의 연령 상한도 만 8세에서 만 12세로 높이는 조항이 포함됐다. 임신기 근로 단축 시작 시점도 임신 36주에서 32주로 앞당겨 조산 가능성이 높은 산모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들어갔다.
정부가 동일한 법안을 다시 내놓은 것은 국회가 입법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환노위에 상정된 후 한 차례도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 정치권이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과 총선 준비에 몰두하면서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4·10 총선이 끝난 뒤에도 환노위는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 30분짜리 전체회의를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
국민들의 불만은 크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에는 “난임치료휴가가 늘어난다고 들었는데 알아보니 여태껏 안 바뀌었더라” 같은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저출생 대책 중 일·가정 양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출산 의향이 있는 25~29세 여성의 92.8%가 출산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 없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출산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체 응답자의 88.3%는 육아휴직, 단축 근무를 해도 급여가 충분하다면 출산할 의향이 생긴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야는 해당 법안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신속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에서 상임위 개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 측 응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고용부 외에도 상당수 부처가 22대 국회에 법안을 재발의하기 위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법제처의 ‘신속재추진제도’를 활용한 방식이다. 신속재추진제도는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정부안의 경우 이미 심사를 마친 내용이라는 점을 참작해 소관 부처가 원하는 경우 입법 절차를 단축시켜주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채상병 특검 등 정치 이슈에만 매몰돼 민생법안 처리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대 국회 내내 극단적인 대립만 이어온 탓에 그 어느 때보다도 입법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통상 국회 임기 말에는 이견 없는 민생법안을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채 상병 특검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정치적 이슈에만 국회가 매몰돼 있다”며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 방사성폐기물 관련 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어 시급히 통과할 수 있는 여러 민생법안이 결국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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