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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소송’ 제기한 초6, 헌재서 “기후재난 이미 현실…당장 행동해야”

이투데이 조회수  

‘정부 기후대응 부실=기본권 침해’ 주장…4건 병합돼 4년 만에 심리
12살 한제아 양 “어린이다움 강조하는 어른들, 중요한 책임은 떠넘겨”
“현재 세대가 미래 탄소예산 고갈” vs “산업계 등 이해관계 생각해야”

뉴시스아기 기후소송 대표 한제아 어린이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에 앞서 기후 헌법소원 최후진술문을 들고 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따지는 ‘기후소송’의 마지막 변론에서 헌법소원을 낸 초등학생이 “지금 할 수 있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면 미래는 물에 잠기듯 사라진다”고 호소했다.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위기 헌법소원 2차 변론에서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한제아(12) 양은 “기후변화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우리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양은 “어른들은 우리에게 어린이다움을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해결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라며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고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31년이면 저는 성인이 된다. 그때까지 지구의 온도는 얼마나 올라갈까”라며 “이 소송이 2030년, 2050년까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우리는 꿈꾸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미래, 우리가 사는 지구,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한 양은 2022년 어린이 62명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단에 이름을 올렸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현재 6학년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등 관련 기후소송은 총 4건이 쌓여 병합됐다.

지난달 23일 1차 변론에서 청구인들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세운 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이 지나치게 안일한 목표일 뿐 아니라 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 측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청구인들의 구체적, 직접적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와 미래 상황을 동일하게 비교해 차별 취급 여부를 논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1차 변론이 법률적인 부분을 짚었다면, 2차 변론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당위성과 속도에 대한 의견이 개진됐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박덕영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는 이미 국제사회에 공개했던 2020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에 대한 약속을 어겼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현재의 수치가 매우 높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지속해서 늘려온 우리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잔여 탄소예산이 없어지는 미래 세대는 고통받게 된다”며 “목표를 높이면 당장 산업계의 비용은 늘어날 수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기술 혁신 등으로 연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연합뉴스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정부 측 참고인인 유연철 전 외교통상부 UN기후대사는 “기후변화 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우리 산업 구조는 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향후 기술 발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 정책은 구성원 합의에 의해 도출된 근거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며 “2030년 감축 목표는 합리적, 의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2050년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이고, 5년마다 앞으로 네 번의 기회가 더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을 끝으로 변론을 마무리하고 재판관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9월 이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종석 헌재소장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이 제기돼 다양한 결론이 나왔고,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이 불충분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며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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