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차기 최고지도자 안갯속
권력 세습 가능성에 국민 반발 커질 위험
사우디는 국왕 폐렴 진단
실세 빈 살만 왕세자로 완만히 권력 이양 될 듯
고(故)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건강 악화가 중동 정세에 돌발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두 중동 패권국의 지도자들에 문제가 생기면서 향후 후계자로의 원활한 승계 문제가 중동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미 중동 지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장기화로 갈등이 고조된 상태인데 새 불확실성 요소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사망으로 후임자가 누가 될지가 불확실한 상태다. 이란에서는 대통령보다 사실상 최고지도자 영향력이 더 크고 라이시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매우 밀접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당장 이란의 대외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는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격화하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 유고 시 50일 안에 선거를 치른다는 헌법 내용에 따라 보궐선거 날짜는 내달 28일로 확정됐다.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된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85세의 고령인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다. 당초 라이시 전 대통령이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자리매김 했는데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리고 신정공화정을 세운 이란에서 권력 세습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클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이란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어 어떤 인물이 후계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 더 큰 반감을 살수도 있다. 이란은 현재 4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과 함께 이란 리얄화 가치 폭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라이시 집권 기간 미국 달러화 대비 리얄화 가치는 반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란의 정권 교체 문제는 오랜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 정보 분석가 조슈아 크라스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라이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면서 “우리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위기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황이 덜 명확해지는 순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는 올해 88세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고열과 관절통 증세와 함께 폐렴 진단을 받자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전날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다만 현재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라 실권을 장악하고 있어 국왕의 와병이 현 국정 방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우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나 이란과의 관계 개선 추세에 큰 흐름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미국·사우디 상호방위조약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왕좌에 오르게 되면 오히려 사우디 내부의 정치적 공작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 정책 선임연구원은 “빈 살만 왕세자가 더 큰 통제력을 갖게 돼 내부 반대 의견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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