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에 대통령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거부권 남용에 유감이라는 입장과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한 당연한 처사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통과하고 7일 정부로 이송됐다. 14일 만에 거부권이 행사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6번째로, 개별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8일 재표결될 전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부분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시작 단계라며, 무작정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입법 폭주’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맞다”면서도 “해당 법을 수용하는 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치는 법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논리가 지배한다”며 “국민들이 채상병 특검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선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입법 폭주라고 프레임을 씌운다고 주장한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채상병 특검법은 입법 폭주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야당 동의로만 처리한 법안이니 명분이 없다’는 식으로 거부권 행사 명분만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야당이 정치적 문제만 생기면 ‘특검 카드’를 쓴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검찰과 경찰이라는 수사 기관이 있는데도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검을 말하면 안 된다”며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상설특검을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 놓고 한 번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여야 타협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조건부 재의결 요청을 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며 “보수에서도 민심 이반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조건부 재의결 요청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법안 중 과도한 조항이 있으면 (정부에서) 조정을 요청하고, 조건부 수용 의사가 있다는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거부권 행사 이후 28일 국회 본회의 때 이탈표가 나온다면 보수 진영에선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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