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 투자를 확대하며 노트북 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을 선도한다. 중국 기업의 저가 LCD 패널 공세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묘수다.
21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올해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업체의 생산 장비 지출이 전년보다 54% 증가한 77억 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장비 지출이 전년보다 59%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였던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의 설비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다.
가장 투자 금액이 많은 기업은 고부가가치 OLED에 주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다. 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IT용 8.6세대 OLED 팹 A6 구축에 약 39억 달러(30%)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용이란 노트북, 태블릿PC 등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중형 패널을 말한다. 8.6세대 OLED는 유리 기판 크기가 2290×2620㎜인 최신 OLED 패널로, 전 세대 OLED 패널보다 약 2.25배 커서 생산 효율성과 화질 측면에 강점이 있다.
이어 중국 티안마가 8.6세대 LCD팹 구축에 약 32억 달러(25%), 중국 차이나스타가 8.6세대 LCD팹 구축에 약 16억 달러(12%)를 투자할 전망이다. 중국 BOE는 6세대 LTPS(저온 다결정 실리콘) LCD팹 구축에 약 12억 달러(9%)를 투자한다.
이러한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OLED 장비 투자에 힘입어 올해 OLED 장비 지출은 37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업체가 주력하는 LCD 장비 지출 합계가 38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OLED와 LCD 양산을 위한 양측 투자가 비등해졌다. 남은 2억 달러는 마이크로 OLED와 마이크로 LED 패널 양산에 투자한다.
중국과 한국의 투자 비율도 67%대 32%로, 지난해 83%대 2%에서 한국 비중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지난해 11월 2026년 연말 양산을 목표로 IT용 8.6세대 OLED 패널 양산을 위한 팹 건립에 630억 위안(약 11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DSCC의 투자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BOE가 팹 건립을 위한 생산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디스플레이 팹은 돈만 투자한다고 건립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선 견고한 파트너사 생태계를 구축해야 장비를 원활히 수급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A6 라인 설비 반입식’을 개최하면서 캐논도키, 원익IPS, 파인엠텍 등 파트너사와 끈끈한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파트너사인 캐논도키는 배송 기준 13.4% 점유율로 매출이 100% 증가하며 올해 ‘섀도마스크 기반 진공 열 증착(FMM VTE)’ 부문을 주도하고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어 이그조(IGZO, 인듐·갈륨·아연·산소) 패널 생산 원천기술을 보유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2위(8.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에서 IT용 패널에 관한 투자는 최대 78%에 달할 전망이다. 모바일용 패널 투자는 16%로 집계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토대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노트북용 OLED 패널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미국·대만 노트북 제조사에 OLED 패널을 공급해 프리미엄 노트북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일 공개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차세대 AI PC ‘갤럭시 북 4 엣지’다. 갤럭시 북 4 엣지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3K 해상도 120㎐ AMOLED 패널이 탑재됐다. 애플은 오는 2027년 OLED 패널을 탑재한 맥북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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