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전면 교체했다.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되찾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계현 사장 대신 새 리더십을 택했다.
21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DS부문장은 전영현 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이 맡게 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인사는 다소 갑작스럽다. 때문에 그간 DS사업부를 이끌었던 경 사장에 대한 경질성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질성 인사는 아니고 쇄신 인사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재계에 따르면 경 사장은 먼저 사측에 퇴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 사장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을 만나 DS사업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일해온 경 사장은 반도체 호황기와 암흑기를 모두 거친 인물이다. 2022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최고의 실적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4분기 내내 매출이 하락하며 연간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올 1분기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반도체 1위로서의 삼성전자의 위상은 급격하게 희미해졌다. 파운드리에선 TSMC에,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선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밀리면서 올 초 주주총회에선 반도체 사업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일부 주주의 경우 경계현 사장 등을 향해 경영진 자리에서 내려놓으라며 호된 질책을 던지기도 했다.
당시 경 사장은 “반도체 업황이 다운턴이었지만 저희가 준비 못한 이유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근원적 경쟁력이 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잘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자신의 책임이 일부분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남겼다.
외부적인 요인에 더해 삼성전자 노조 중 하나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노삼)과의 갈등도 경 사장의 리더십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노삼은 지난달 17일 수원 사업장에서 약 2000여명이 참여한 노사집회를 진행했는데 오는 24일에는 서초 사옥에서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전노삼 구성원의 대다수는 반도체 사업부 소속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겸 삼성종합기술원장(SAIT)으로 경영보다는 미래 사업 구상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DS부문장으로 새로 발탁한 인물은 전영현 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메모리사업 부장, 삼성 SDI 대표를 맡으며 위기에 강하고 기업 체질 개선에서 구체적 성과를 낸 인물로 알려졌다.
2012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연간 4조원대로 하락했지만 그가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이후 영업이익은 13조원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글로벌 1위를 수성하며 반도체 호황기로 되돌려놨다.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한 뒤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과 전략마케팅 업무를 거쳐왔다. 2006년 설계팀장, 2009년 D램 개발실장에 이어 2014년에는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맡아 20나노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2017년에는 적자였던 삼성SDI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대표이사 부임 첫해 흑자 전환을 이끌어냈다. 5년간 삼성전기를 이끌어오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 그룹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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