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IEP는 21일 ‘2024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치(3.2%)보다 낮지만 앞선 전망(2.8%)보다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KIEP의 세계 경제 성장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예측치보다 0.1%포인트,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치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내년 세계 성장률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3.2%로 예측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공급 과잉을 둘러싼 미중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이 유효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KIEP는 이번 전망의 키워드로 ‘정책 초불확실성, 차별화된 성장’을 제시했다. 국제관계와 통화정책 측면의 불확실성에 이어 세계 주요국의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책의 전개 양상에 따라 피해가 큰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구분되면서 경제성장의 추세가 차별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어지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진정 국면에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공급 충격 재발 우려도 여전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만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그나마 완만하게 하락하던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높이고 교역 감소와 자연수입국의 경제적 타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국들의 선거도 변수다. 올해는 미국과 인도 등 전세계 60여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이어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중영합주의적 경제정책과 자국우선주의적 정책이 대거 도입될 경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전방위적 관세 인상을 발표한 것도 대선을 앞둔 행정부의 조치라는 해석이다.
주요 선진국은 국가와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강한 회복세가 완만해지겠지만 유럽과 일본 경제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전망보다 0.9%포인트 오른 2.4% 성장이 전망된다. 강한 소비지출과 민간 투자의 회복, 정부지출 등에 힘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변수는 오는 11월 진행될 미국 대선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각각 나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산업과 통상, 대중국, 환율 정책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낮은 수준의 투자와 독일 경제의 부진으로 앞선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내린 0.7%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은 수출입 부문 기여도 하락에 따라 앞선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0.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경제안정화 정책의 효과로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선 전망보다 0.3%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인도는 투자와 소비 호조에 힘입에 0.6%포인트 상향 조정한 6.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전시 장기화라는 ‘뉴노멀’에 적응하면서 조정 폭이 확대됐는데 KIEP는 앞선 전망보다 2.2%포인트 높인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제 회복세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한국의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면서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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