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20여년만에 월간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개 이상 기업이 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 영향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성공적 수요예측에 힘입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대어급 기업의 상장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마감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49개사에 이른다. 코넥스 이전 상장과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 등을 제외하고 신규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만 35개사다.
지난달에만 총 23개사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 총 9개사가 신규상장을 추진 중이다. 루미르, 투네이션, 시스콘로보틱스 등 3개사는 사업보고서 제출 직후인 3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면면도 다양하다. △보험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기능성 세포 △축산물 도소매 판매 및 중개 △이차전지 제조 자동화 설비 △소화기질환 신약 △반도체 제조용 장비 △내시경용 시술기구 △SMT이송 및 추적장비 등 스마트 공정장비 △실감미디어 콘텐츠 및 시설 구축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이달 신규 상장을 추진한다. 몰입형 디지털 사이니지 제조업체 벡트도 이달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유독 코스닥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의 영향이 크다. 가장 최근 수요예측을 마무리한 노브랜드는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1만1000원을 훌쩍 넘은 1만4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당초 기업이 예상한 공모금액 132억원보다 36억원이나 많은 금액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선 신규 상장사도 일제히 희망공모가 이상의 확정공모가를 받아들었다.
기업공계(IPO)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아시스나 SGI서울보증 같은 기업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것과는 달리 파두 사태 안팎으로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이 보수화하면서 최근 수요예측 자체는 실패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최근 쏟아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 수요와는 달리 거래소의 심사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상장 규정 상 심사기간인 45영업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미래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술성평가 등 각종 정성 평가가 뒤따른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해 9월 심사를 청구한 유라클과 엔지노믹스는 아직까지 거래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스팩합병을 추진하는 노브메타파마는 지난해 7월 이후 진척이 없다. 총 76개 기업이 거래소의 심사결과통보를 대기하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은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공모주 열풍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는 분위기다. 심사 지연도 거의 없이 정해진 심사 기간 안팎으로 빠르게 IPO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희망공모가 최상단을 받아들어 6500억원 가량을 공모시장에서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다음달 공모절차에 들어가는 게임개발사 시프트업은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 목표을 약 3조4800억원대로 잡았다. 스퀘어에닉스·사이버에이전트·가도카와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삼아 39.25배의 주가적용비율(PER)을 적용했다. 비교 기업의 PER는 35~41배 수준으로 상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수요예측에서 선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프트업의 흥행 여부가 하반기 대어급 기업의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IPO 시장에서도 대형주와 중소형주에 대해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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