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오래된 골칫거리로 여겨진 ‘단독상장 코인’이 시장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가상자산 생태계 등장을 저해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세조종과 불공정 거래행위를 사전에 차단, 시장 정화에 나서겠다는 업계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21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단독상장 비중은 19%로 상반기 22% 대비 3%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 거래소 단독상장은 상반기 187개에서 하반기 156개로 31종이 줄었다. 특히 단독상장 가상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김치코인’의 신규 상장은 감소하고 상장폐지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상장이란 특정 거래소 한곳에서만 거래되는 가상자산이다. 국내 거래소에 비해 유동성이 큰 해외 거래소에서 유통되지 않아 유통 물량이 적다 보니 가격 변동성이 커 시세조작에도 쉽게 노출된다.
올해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과거 가장 많은 ‘김치코인’을 상장했던 업비트는 올해 총 9종의 가상자산을 상장했으나, 이중 단독상장한 것은 옴니네트워크(OMNI) 하나 뿐이다. 빗썸 역시 올해 신규 상장한 25종 가상자산 중 단독상장은 지벡(ZBC) 뿐이다.
거래소들이 단독상장 비중을 줄여나가는 이유는 단독상장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많은 김치코인을 단독상장한 코인원의 경우 지난해 피카(PICA)와 퓨리에버(PURE)가 시세조종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기존에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5대 거래소는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닥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와 관련된 가상자산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한다. 지난 2022년 닥사 출범 이후 거래소들의 공동대응으로 거래지원이 종료된 가상자산은 총 18종이다.
닥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신규 상장과 상장폐지와 관련한 것은 거래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가 시작되고 안전한 산업 진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모습”이라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단독상장 가상자산 관련 피해가 늘며 이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 ‘가상자산 거래지원심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가상자산의 발행량과 유통량, 발행사 관련 문제 등 거래지원과 상장폐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 높은 프로젝트를 선별해 소개하는 것이 거래소 본연의 책무이며, 주목받지 못하는 가상자산을 빠르게 발굴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다만 이와 동시에 촘촘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조치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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