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었던 새마을금고가 최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고금리 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예금 규모는 뱅크런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대출 잔액은 크게 줄면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지난 3월 말 기준 수신(예금) 잔액은 260조8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잔액 262조1427억원과 비교하면 약 2조원 적은 액수지만, 뱅크런 위기가 있었던 지난해 7월(241조8559억원)에 비해서는 18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2년 3%대였던 연체율이 1년 만에 6%대로 치솟고, 7월 초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600억원대의 부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인근의 다른 금고와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앞다퉈 예금을 뺀 것이다. 당시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불과 한 달 만에 약 18조원 급감했다.
그러나 이후 새마을금고가 고금리 특판 상품을 계속 출시하면서 수신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뱅크런 위기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전국의 여러 새마을금고에서 연 7~8%대의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다.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의 일부 금고에서는 10% 넘는 이율을 적용하는 예·적금 특판 상품을 팔기도 했다.
반면 수익의 기반이 되는 여신(대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여신 잔액은 183조4972억원으로 1년 만에 17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여신 잔액 195조5592억원과 비교하면 12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대출 규모가 급감한 것은 최근 새마을금고가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 위기를 거친 후 신규 부동산 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또 올해 들어 8%대로 치솟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 대출에 대한 심사도 과거에 비해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출 자금이 상환되면서 신규 대출의 문턱을 높이니 자연스럽게 전체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예금이 늘고 대출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 역시 대부분의 수익을 예대마진을 통해 얻는다. 게다가 지난해 7월 이후 여러 새마을금고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한 고금리 예금은 대부분 만기가 1년으로 돼 있는 상품들이다. 대출 잔액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게 됐는데, 하반기부터 높은 이자를 얹어 예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손충당금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올해 초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의 부동산·건설업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PF 사업성 평가 대상에 새마을금고를 포함시켰다. 금융 당국의 부실 사업장 평가에 따라 새마을금고가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새마을금고의 대출 규모가 단기간에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예대마진 수익 감소를 만회할 만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박차훈 회장의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과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까지 새마을금고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불거지고 기업 대출 관련 인력들의 연이은 비리와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현재 대체투자 조직 규모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새마을금고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체투자의 비중을 다시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면서, 고금리 예금 판매는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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