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판매 거점 2곳을 마련했다. 투자 규모를 2배 늘리며 삼성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떠오른 미국에서 고객사와 접점을 넓힌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하는 유일한 반도체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인공지능(AI) 칩 수주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
21일 삼성전자 오스틴 생산법인(SAS)과 오스틴비즈니스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 도메인 타워2에서 새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과 드웨인 아리올라 테일러 시장, 제레미 마틴 오스틴 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신설 사무소는 약 1만4000ft² 규모로 약 40명이 상주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유기발광다이오드 솔루션 관련 영업과 판매를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더우들랜즈에 메모리 판매를 전담할 사무실도 마련했다. 6200ft² 규모로 약 20명의 직원을 두며 이튿날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한 부사장은 “AI가 발전하며 고객들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더 많은 협업과 맞춤형 반도체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객과 파트너에 헌신하고 협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새 판매 거점을 열며 삼성의 미국 투자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정부로부터 약 64억 달러(약 8조72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투자 규모를 두 배 늘렸다. 지난 2022년부터 170억 달러(약 23조1800억원)를 쏟아 테일러 공장을 짓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 추가 공장과 패키징·첨단 연구개발(R&D) 시설 건설을 추진하며 2030년까지 540억 달러(약 73조6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테일러 공장을 가동해 4·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7년께 추가 공장과 R&D 시설의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미국을 주요 생산·연구 거점으로 키우며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새 사무소를 활용해 미국 고객사들과 적극 소통하고 수주를 노린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 시장의 리더들이 모여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현지 정부도 반도체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해 막대한 보조금을 주면서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사인 대만 TSMC는 미국 투자 규모를 250억 달러(약 34조800억원)에서 650억 달러(약 88조6000억원)로 늘렸다.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3개를 설립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미국 AI 반도체 기업 ‘그로크’를 테일러 공장의 첫 고객사로 확보했다. 4나노 공정에서 그로크의 차세대 AI 칩을 생산한다. 자율주행 칩 ‘HW 5.0’ 양산에 협력하고 있는 테슬라를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등과도 협력이 예상된다.
고객사들은 삼성의 투자 확대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반도체 보조금 발표 행사에서 축하 영상을 보내 “삼성전자의 미국에서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의 CEO도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 “중요한 투자”라며 환영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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