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28일 본회의서 논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가치평가 어떻게?…빌라 낙찰률 ‘뚝’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회 문턱 앞에 놓인 특별법 개정안은 집주인들에게 떼인 보증금을 국가가 먼저 되돌려주고 나중에 회수한다는 의미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로 정의된다.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한 방안은 선구제 후회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많은데, 과연 법이 개정되면 떼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개정안과 관련해 무주택자들의 청약통장 등을 통해 마련한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사건과는 달리 직접 정부가 개입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이러한 논의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일선에선 선구제를 제도화할 수 있냐는 데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매입하고, 경·공매 등 주택 매각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채권 가격이 매우 낮게 평가될 경우에는 보증금의 30% 수준(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매입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공정한 가치평가 기준을 세워야 하는데,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는 보증금에 대한 채권 가격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세사기 주택에 대한 가치와 임대인의 상환능력 등을 감안했을 때, 떼인 보증금 대비 채권 가격은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매시장에서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1000건이 넘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법원 경매 진행 건수는 1456건에 달했으나, 낙찰율은 15%(218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치평가가 이뤄질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가 내놓은 평가 금액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전세가격 급등기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떼인 보증금은 상당한데, 채권 가격이 휴짓조각이 됐다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채권 매입금액의 하한선인 보증금의 30% 수준에서 선구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보증금이 1억원이라면 받게된 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어떨까. 휴짓조각이 된 채권을 원래 가치보다 비싸게 사들인 정부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전세사기 주택을 처분해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채권 평가부터 매입, 회수 등 전 과정에서 많은 행정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개최된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현재 0원에 가까운 채권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경공매 시장에 유사 물건이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어 낙찰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속도전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서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구제의 제도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부디 정치권과 정부가 각자 원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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