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일로 단축…증권사 마감 오전 8시30분까지
전산 시스템 개선·인력 보충 등 초기 혼란 대응
증권사들이 미국 증권시장의 결제주기 단축을 앞두고 막바지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과 유관기관은 하루 줄어든 결제 시한을 맞추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고 주말근무를 가동하거나 관력 인력을 보충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미국 주식 결제 주기가 T+2영업일(2영업일 후에 증권과 대금 결제)에서 T+1영업일로 단축되면서 증권사들이 차질 없는 제도 이행을 위해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결제 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결제 주기를 하루 앞당겨 1영업일로 줄이는 ‘T+1일 결제’로 제도를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미국 증권시장은 현재 거래일의 2영업일 이후 증권과 대금을 결제하는 ‘T+2일 결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시차로 주문체결 후 결제일까지 3거래일이 소요됐지만 하루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예컨대 월요일 밤에 테슬라 주식을 매도하면 지금까지는 목요일에 입금됐지만 앞으로는 수요일에 입금된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매매하면 증권사는 매매 내역에 대한 결제 지시서를 뉴욕 증시 마감 이후 당일 오전 8시30분까지 예탁원에 전송해야 한다. 기존에는 뉴욕 증시 마감 후 당일 오후 5시까지 보냈는데 이달 말부터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이후 예탁원은 증권사의 지시를 미국 시장 보관기관인 씨티은행을 통해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보낸다. 만약 증권사가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한다면 DTCC가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고 수수료는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예탁원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결제 지시 입력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기고 특히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를 결제 지시 집중처리 시간대로 설정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탁원은 최근 1시간 내 약 7만건의 결제 지시를 처리할 수 있도록 국제금융결제망(SWIFT) 성능을 개선했다. 또 결제주기 단축으로 인한 업무 시간 축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 변경 초기에 평일과 휴일(토요일 포함) 조기 근무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업무 시간을 조정하고 전산시스템의 성능과 처리 속도를 개선하면서 결제주기 단축에 대비해왔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각각 해외주식팀과 해외주식파생팀의 야간 데스크 직원을 모집하는 등 인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이 국내 투자자의 주식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시간이나 거래 방식에서 변동이 없고 결제주기 단축으로 인한 추가적인 거래 비용 증가 등도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제도 초기에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결제 지시 건도 일평균 5만건 이상에 달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경우 결제 불이행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서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초기에는 단기적인 결제 불이행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은 주식 병합 등의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도 거래가 지속되는데 증권사 시스템이 이에 맞춰 제대로 수정되지 않는 경우 권리 처리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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