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백지현 기자]월가를 대신해 미드타운이 새로운 뉴욕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은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도 이곳에 모여들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시티그룹센터 근방 52번가에 터를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지에서 브로커리지와 청산 결제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국내 증권사다. 최근 이를 기반으로 ETF 유동성공급자(LP)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ETF의 설정·환매를 중개하는 지정참가자(AP)에 이어 ETF 가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LP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USA 법인은 가상자산 현물 ETF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 대로 미국에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AP, LP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한 현지 청산 인프라 구축
미래에셋증권 USA 법인은 미국 뉴욕 맨해튼 웨스트 53번가 7애비뉴에 위치하고 있다. 1992년 설립 당시 7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법인은 현재 13개 부서, 9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계 고객 대응이 필요한 브로커리지 업무를 제외하면 조직 헤드와 팀원들이 모두 현지 인력이다.
미래에셋증권 USA 법인의 주력 사업은 글로벌 헷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앤트레이딩(S&T) 서비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 미국 주요 거래소 6곳에 주식브로커리지매매, 투자자문업, 선물중개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또한 미국 내 각 상품 거래소별 청산 멤버십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주식 브로커리지와 청산 결제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국내 증권사다. 이를 기반으로 레포 중개, 주식 대차중개, 청산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3월부터 ETF LP 서비스 제공
미래에셋증권 USA법인이 최근 새로운 먹거리로 찜한 사업은 ETF다. 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크리스토퍼 햄스테드 미래에셋증권 USA법인 ETF·지정참가자(AP) 포트폴리오 리밸런스 트레이딩 헤드다. 햄스테드 헤드는 30년의 금융시장 경력 중 25년을 ETF 트레이딩, 마케팅 업무에 종사한 ETF 전문가로 3년 전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했다.
헴스테드 헤드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USA법인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회사에 온 이유는 ETF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필요한 모든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ETF 시장조성 역할을 하려면 청산 회원, 주식 대여, 대행 거래, 레포, 프라임 브로커리지, 청산이 모두 필요하다”며 “미래에셋증권은 청산 멤버십을 가진 브로커, 딜러로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USA 법인은 AP를 시작한지 3년만인 올해 3월 LP에도 진출했다. AP는 기관투자자들이 ETF를 거래할 때 ETF의 설정·환매를 중개해주는 역할이다. LP는 AP 중에서도 따로 계약을 맺어 매수 호가, 매도 호가를 채워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에는 3400여개의 ETF가 상장해있다. ETF 전체 거래량의 95% 이상은 상위 700~800개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2600개 이상은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결국 거래량이 부족하면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간격이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실제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간 괴리율이 올라가고, 투자자들은 높은 거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LP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에셋증권 USA 법인이 AP, LP로 경쟁력을 갖는 건 자체 청산 인프라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차거래, PBS, 거래 대행, 청산 결제까지 ‘올 인 원스톱’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글로벌 곳곳에 위치한 현지법인들이 또다른 강점이다. 미국 뉴욕을 비롯해 영국, 중국, 인도,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몽골, 브라질 등 11개 국에 15곳의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햄스테드 헤드는 “전세계에 ETF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무소들과 격주로 연락하며 서로의 전문성과 커뮤니티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비트코인 ETF, 헌신할 가치 있는 분야”
최근 글로벌 시장의 화두인 가상자산 ETF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햄스테드 헤드는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관련 ETF와 관련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한국 규제 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햄스테드 헤드는 다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비트코인 ETF에 대해서도 AP, LP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품에 대해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시장의 승인을 받고 고객의 수요가 있는 상품이라면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며 “딜러로서 최선의 포지션을 잡기 위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업무 청사진도 그려둔 상태다. 햄스테드 헤드는 “비트코인 ETF 관련 허가가 떨어진다면, 우선적으로 각 관련 ETF 신탁 내에서 AP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비트코인 ETF 운용사들에게 설정, 환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햄스테드 헤드는 끝으로 새로운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초자산을 기반한 ETF가 시장에 나오는데 회사의 리스크 내에서 고객 수요에 맞게 서비스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수”라며 “(성장이) 분명한 분야를 공략할 것이고, 비트코인은 헌신할 가치가 있는 명백한 분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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