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감독기관이 은행권에 ‘바젤3(BaselⅢ)’의 신속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 일부 조항의 경우 국내 기준을 더 높여 잡는 등, 은행의 건전성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도 이에 발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항목에선 미흡한 부분도 노출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금융감독기관장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바젤위원회 최고위급 회의 참석자들은 ‘바젤3’를 충실히 일관되게 신속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바젤3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신(新)국제은행자본규제다. ▲보통주 자본(CET1) 비율 4.5% 이상 ▲기본자본(Tier1) 비율 6% 이상 ▲국제결제은행 총자본(BIS) 비율 8% 이상 ▲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단순기본자본 비율) 내 Tier1 기준 3% 이상 ▲손실보전 완충자본 신설 ▲위험가중자산(RWA) 산출 등을 골자로 한다.
회원국 3분의 2가 올해 안에 관련 규제 전부 또는 대부분을 도입할 예정인데, 한국은 2013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지난해 1월에 도입을 완료했다.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일부 금융사는 바젤3 최종안 도입으로 자본비율 하락을 겪기도 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바젤3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시스템 마련에 나서는 한편, 기업대출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대출 부도시 손실률(LGD)과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각각 20%와 85%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BIS 비율 기준을 맞추는 데 유리한 상황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CET1 비율 ▲기본자본비율 ▲BIS 비율 ▲레버리지비율 등 4개 적정성 지표를 통해 금융사 경영실태를 평가하고 있다. 이중 CET1·기본자본비율·BIS 비율은 기준치를 상회하지만, 레버리지비율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경신하면서도 평균 5.29%(2023년 12월 말 기준)의 레버리지비율을 기록했다. 이중 우리은행은 4.94%, 농협은행은 4.82%에 그쳐 5%에 미치지 못했다. 바젤3는 3% 이상을 제시했지만, 국내 감독당국은 주요 시중은행에 5%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 지표는 BIS 비율과 함께 금융사의 위기 상황 대처능력을 측정하도록 고안됐다.
설상가상으로 은행들은 바젤3 내 RWA 산출 기준에 따라, 홍콩H지수 기준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금 및 과징금을 향후 10년간 CET1에 반영해야 한다. 다만, 은행이 더 이상의 홍콩 ELS 리스크가 없음을 금감원에 입증하면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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